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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학과 코로나19- 김하정(시인)

  • 기사입력 : 2020-05-07 20: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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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정 시인

    식목일에 대한 추억은 매년 나무를 심게 만든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묘목 상회에 들러 몇 그루 골랐다. 부모님 텃밭에 줄지어 옮겨 심으면 이내 지구 한 모서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엘제아르 부피에’는 땅이 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자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원망하며 하나둘 그 마을을 떠나간다. 희망이 사라진 그곳에 ‘부피에’는 홀로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정성껏 키워 온 나무를 전쟁에 사용할 자동차의 땔감으로 베어갔다. 그러나 나무 심기 작업은 그치지 않았고, 마침내 그의 오랜 노고는 떠난 사람들이 다시 모여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을 이루게 했다.

    근세에 오면서 새로운 사조로 등장한 휴머니즘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어서 그 오만과 횡포는 극에 달했다. 자연의 가치는 상실되고 훼손되었다. 진정한 휴머니즘은 인간과 공존해 가는 동식물들의 보호와 생태환경에 대한 바른 인식이라 여긴다. 이 질서가 무너지면 자연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당대의 인간들은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이러한 현상을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 역시 그러한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보복의 일종이다. 그 보복은 엄청난 재앙인 동시에 인류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를 가져다준다.

    앞으로의 예술, 특히 문학적 상상력에도 이런 현상이 영향을 줄 것이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은 반드시 써야 하고 독자들은 읽어야 한다. 전쟁의 참화를 몸소 겪은 자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듯이 코로나의 고통을 겪은 자만이 코로나가 얼마나 인간에게 불안과 공포의 재앙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다소 이 재앙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머지않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도 분주히 제 갈 길을 가고, 가로수들은 녹음을 드리우기 위해 열심히 수액을 만들고 개울물은 소리를 내며 예대로 흘러갈 것이다. 생명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정해야 할 것이다. 문학이 그런 인간의 길을 창조하는데 생산적인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김하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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