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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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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19) 제25화 부흥시대 129

“회장님, 로맨티스트 회장님…”

  • 기사입력 : 2020-04-22 07:58:38
  •   

  • 쏴아아아.

    바람이 일 때마다 꽃잎이 분분히 날렸다. 냇둑에 꽃잎이 사금파리조각처럼 자욱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재영은 꽃잎을 밟으면서 걸었다.

    “회장님, 로맨티스트 회장님….”

    “로맨티스트?”

    “후후. 내려주세요. 내가 회장님을 업어드릴게요.”

    “보리가 나를 어떻게 업어?”

    이재영은 웃으면서 보리를 내려놓았다.

    “호호. 업혀 보세요.”

    보리가 허리를 숙였다.

    “됐어.”

    “빨리요.”

    보리가 재촉했다. 이재영이 웃으면서 그녀의 등에 업혔다.

    “무겁다.”

    보리가 이재영을 업고 낑낑댔다.

    “거봐.”

    “열 걸음만 떼어놓을게요.”

    보리가 억지로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이재영은 갑자기 아랫도리에 뻐근한 기운을 느꼈다. 남자가 여자의 등에 업히자 욕망이 맹렬하게 일어났다. 보리는 열 걸음을 떼어놓지 못하고 이재영을 내려놓았다.

    “비 와요.”

    보리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빗방울이 날리고 있었다.

    “돌아 가자.”

    이재영은 보리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왔다. 빗줄기가 금세 굵어졌다. 여관은 따뜻하고 빗소리가 운치있게 들렸다.

    이재영은 보리를 안았다. 보리가 다소곳이 그에게 안겨왔다.

    이재영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보리와 사랑을 나누었다.

    비는 이튿날도 내렸다. 이재영은 서울로 돌아왔다. 보리를 집에까지 태워주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고정엽은 남산에 있는 여관을 호텔로 개축하느라고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재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다.

    이재영은 단양에 시멘트 공장을 신축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날 것에 대비해 곳곳에서 집을 짓고 수리하고 있었다.

    “회장님, 목재회사를 설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철규가 사무실에 들어와서 말했다.

    “목재회사?”

    이재영은 이철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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