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5월 2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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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0) 늘 혼자 지낸 민주

너무 일찍 어른이 돼버린 17살 소녀
9살때 엄마 가출, 할머니 3년전 별세
아빠는 뱃일 나가 사실상 혼자 생활

  • 기사입력 : 2020-04-10 0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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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관계자가 마산합포구 진동면 느티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민주와 상담을 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관계자가 마산합포구 진동면 느티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민주와 상담을 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오랫동안 혼자라는 게 힘들었어요. 어른이 되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죠.”

    17살 민주(가명)는 지역아동센터의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을 맺은 지는 벌써 9년째,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악기를 배웠다. 바이올린과 플룻에 이어 클라리넷까지 악기 연주는 민주의 외로움을 떨쳐버리게 했다.

    오케스트라 악장은 또래 학생들 중 실력이 뛰어나고 리더십이 있는 학생이 맡게 된다. 민주는 합주 연습할 때가 재미있다. 단원들과 다 같이 어울려 연습할 때면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민주는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질서 있게 연습 시간도 지도하며 의젓함마저 보이는 민주는 사실 외로움과 늘 싸워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엄마가 짐을 싸들고 나가버린 후 민주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뱃일을 하는 아빠는 일 년에 한 두번 들어오기 일쑤였고 친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제대로 민주를 돌보지 못했다.

    그때부터 민주는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고사리손으로 집안일까지 해야 했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민주에게 지역아동센터는 또 다른 집이었다.

    그나마 잠깐 소일을 하며 민주를 뒷바라지했던 할머니는 허리와 고관절 통증의 증세가 심해 민주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민주의 삶은 더욱 고달팠다. 할머니는 수년간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3년 전 결국 민주 곁을 떠났다.

    아빠는 한번 원양어선 뱃일을 나가면 몇 달에 한번 집을 찾았다. 하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다 통풍으로 고생을 해 병원비 마련도 녹록치 않았다. 몇일 집에 와서 앓다가 좀 나아지면 뱃일을 하러 가는 아빠와 매번 이별하며 민주는 혼자 집을 지켜야했다.

    외로움과 고단함에서 시작된 음악이지만 악기 연주에 재능을 보이는 민주의 장래희망은 사회복지사다.

    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느티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관계자와 함께 만난 민주는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음악은 직업적으로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현실과 싸우면서 타협하는 법을 너무 빨리도 배워버린 것일까. 민주는 “예체능은 돈이 많이 필요하다. 제가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선생님들을 보면서 자란 민주는 누군가를 보살피고 도와주는 사회복지사가 ‘제일 멋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민주를 오랫동안 봐 온 김정희 느니타무지역아동센터장은 이런 민주가 안쓰럽다.

    김 센터장은 “센터 설립 초기때부터 만난 민주는 딸같은 아이다. 악기도 잘 다루고 재능있는 아이인데, 여건 상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며 “민주는 성적도 우수한 편인데, 벌써부터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아이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는 간만에 아빠를 만났다. 통풍이 또 도져 집에서 며칠 동안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가 완화되자 아빠는 또 뱃일을 하러 먼 길을 떠났다. 자주 보지 못하는 아빠지만 민주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보다 애정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는 게 힘들었지만, 아빠가 좋아요. 아빠는 가족이잖아요. 하나밖에 없는 가족.”

    김용훈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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