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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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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올림픽 연기가 대수냐-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3-26 2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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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도쿄올림픽이 결국 1년 뒤로 연기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망자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선수들의 건강을 우려해 연기를 주장해온 세계 각국의 요구를 거부하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오는 7월24일 개막을 120여일 앞둔 시점에서 올림픽 개최 연기는 사상 처음이고, 감염병 때문인 것도 처음이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1·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된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연기 된 적은 없었다. 일본은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악연이 있는 듯하다. 역대 올림픽 역사상 전쟁으로 다섯 번의 대회가 취소됐는데 일본이 두 번이나 포함됐다. 일본은 1940년 동·하계 올림픽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IOC 위원들의 개최 중지 요구에 직면했다. 결국 일본은 올림픽 개최권을 자진 반납하며 개최가 무산됐다.

    ▼코로나19사태로 각국의 올림픽 연기 주장에도 일본의 아베 총리는 강행을 고집했다. IOC도 아베의 손을 들어줘 세계 스포츠인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베정권이 강행을 주장한 것은 올림픽 연기로 인해 선수촌 유지·관리비 등 약 7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고, 올림픽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계획도 틀어지기 때문이다. IOC도 중계권료 등 막대한 손실과 함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다음 선거에서 재선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손실이 크지만 정치적 속셈도 있었던 것이다.

    ▼4년간 땀흘려온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이 연기돼 허탈해하면서도 건강과 안전이 우선인 만큼 당연하다는 입장들을 내놓고 있다.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온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들도 연기로 일단 선수촌을 떠났다. 선수들은 코로나 사태가 인류평화의 축제인 올림픽마저 집어 삼켰지만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지금 잠시 ‘멈춤’의 시간이지만 인류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멈추지 않고 재난을 극복해왔다. 사람의 목숨이 달렸는데 올림픽 연기가 대수냐.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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