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와 사회분위기가 악화하자 다시금 4인 이하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문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규모 제조업계, 서비스업계 사용자나 노동자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주로 해고, 휴업수당, 휴직, 근로시간 문제다. 필자는 가장 먼저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를 물어본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4인 이하 사업장에 법정 근로시간 제한, 수당 가산지급, 연차유급휴가 보장, 휴업수당, 해고로부터 보호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람은 2016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15.6%인 358만7000여명에 이른다. 노동과 노동자는 존재하나 법률적 보호가 제한된 사각지대가 결코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 1997년 5명 이상 노동자 사용 사업장에 전면 적용, 4인 이하 사업장 부분적용한 후 23년간 유지되고 있다. 산업구조나 노동시장은 변했는데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조항은 변화가 없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근로기준법을 4명 이하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면 노동자 보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영세사업장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적용을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4명 이하 사업장이라고 영세사업장이거나 노동자 보호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고 △왜 5명을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을 구분했는지 합리적 이유가 없고,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특한 경우이며 △4차산업혁명으로 많은 사업장이 컴퓨터 등으로 통제되고 4명 이하 노동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이 증가할 수 있고 △직종·업종 특성 고려 없이 노동자 수만 기준으로 법 전면 적용을 배제할 논거가 부족하며 △상시사용 노동자수는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고 △4명 이하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현저히 낮아 노동3권 행사가 어려우므로 법적 보호가 더 강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입법자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경제적 여건과 소규모 사업장의 경제적 능력,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시행시기, 적용조항의 확대 등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입법자도 소규모 사업장의 영세성이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배제의 중요한 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이 4명 이하 사업장을 피해가지 않는다. 향후 해고, 휴업수당 등이 중요이슈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 4인 이하 사업장 문제를 국회와 정부가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김상률 (동화노무법인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