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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019년 3월, 그때 봄 여행이 그립다- 김태영(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 기사입력 : 2020-03-24 2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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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3월! ‘파란하늘 맑은 공기, 활짝 핀 봄꽃에 설렌 휴일’, ‘봄나들이 하러 경남으로 오이소’, 작년 이맘때 신문기사 헤드라인이다. 그때 경남의 봄은 예뻤고, 설렜고, 생기 넘쳤다. 양산 원동매화축제를 시작으로 진해군항제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봄꽃 축제는 상춘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겨우내 닫혀있던 마음도, 지갑도 열리면서 지역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020년 3월!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매화꽃, 벚꽃 등 자연은 여전히 봄꽃의 향연을 베풀고 있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축제를 취소하고, 봄꽃 군락지 지역주민은 외지인 방문으로 인한 감염공포에 외출을 못하고 있다. 찾아온 관광객도 실내에 들어가는 것을 기피해 식당 이용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매년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은 너무 다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개월이 지났다. 다행히 선진의료, 투명한 정보공개,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확진자의 증가추세가 둔화되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교과서 같은 우수사례로 평가했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사업장을 폐쇄하고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전세계는 미증유의 경제불황과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증시는 패닉셀(panic sell) 장세로 시총은 한달 새 3경2000조원이 증발했으며 이는 국내 GDP의 17배에 달한다.

    코로나는 우리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악수 안하는 인사문화, 재택근무하는 직장문화, 비대면 소비문화 등 코로나 문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대면서비스를 꺼리면서 관광, 서비스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데 숙박업소는 객실 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졌고 외식업의 매출액은 50% 이상 감소하는 등 지역상권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상태로 수요절벽이 몇 달간 지속된다면 버틸 수 있는 사업장이 없을 것 같다. 두 달 동안 우리는 몸과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이다. 개학연기에 따라 자녀를 돌봐야 하는 주부의 일상은 정지됐고, 원치 않는 집콕으로 생긴 우울감으로 전화·온라인 심리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화상회의·강의·공연, 드라이브 픽 서비스 등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한 언택트(Un+contact, 비대면) 서비스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주목할 부분이다.

    정상적인 삶은 언제 가능할까? 정부는 4월 6일 아이들의 개학 전에,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개학할 수 있도록 15일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발표했다.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 영업 중지를 강력 권고하고 모임, 외식, 여행을 최대한 자제하며 집안에서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통해 신규 확진자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되고 결국 국내 확진자가 없더라도 해외에서 끊임없이 확진자가 들어오는 한 백신, 치료제 개발 없이는 코로나19 종식을 쉽게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에 따른 언택트 생활방식에 익숙해져야 할 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사업장은 쇼핑, 외식, 교육, 관광 등에서 언택트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를 위한 언택트 서비스 플랫폼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지역상품권 지원정책도 ‘규모’뿐만 아니라 언택트 소비환경을 조성하는 등 현장을 구체적으로 살피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모두가 불편하고 힘들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2020년 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화창한 계절이다.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김태영(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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