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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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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1) 능가선무(能歌善舞)

- 노래에 능하고 춤도 잘 춘다.

  • 기사입력 : 2020-03-24 08: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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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어떤 모임에 나갔더니, 화제가 온통 ‘미스터트롯’이었다. 평소 노래에 관심이 없는 어떤 분도 그 프로 보아야 한다고 일찍 자리를 뜨려고 했다. 돌아와서 잠깐 봤는데, 출연자들의 실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노래라는 것은, 가장 쉽게 정의하면, 말에 가락을 붙인 것이다. 정상적인 말로는 감정 표현이 안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말을 길게 늘여서 감정을 싣는 것이다. 그래서 ‘서경(書經)’에서, “노래는 길게 말하는 것이다.(歌, 永言)”라고 말했다. 아마 노래에 관한 최초의 정의(定義)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의 고저(高低), 장단(長短), 강약(强弱)에 따라 내는 소리가 너무나 다양하고, 실리는 감정도 다 다르다.

    시(詩)라는 것도 원래는 노래의 가사였고, 아득한 옛날 원시시대에는 노래나 시나 춤이 따로 독립된 것이 아니고, 하나의 종합된 예술이었다. 노래의 명칭도 다양하다. 우리 말로는 노래, 가락, 소리라 하고, 한자로는 가요(歌謠), 가곡(歌曲), 가악(歌樂), 음악(音樂), 악곡(樂曲), 풍악(風樂) 등의 명칭이 있다. 갖고 있는 의미가 약간씩 다르지만, 다 노래를 나타내는 말이다.

    순수한 우리나라 음악은, 국악(國樂)이라 일컫고, 19세기 말부터 전파된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은 신식음악을 음악이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일반대중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대중가요 또는 유행가라고 부른다. 흔히 트롯, 더 비하해 뽕짝이라고 부른다.

    대중가요는 우리나라 전통에 바탕한 것이 아니고, 일제강점기 때 생겨났고, 일본식 앤카(演歌)와 비슷하다 해, 계속 왜색(倭色) 시비에 휘말렸다. 어떤 사람은 “일본의 앤카가 우리나라 민요에 영향을 받아 됐으므로, 대중가요는 우리나라가 원조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중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니, 비하하지 말고 ‘정통가요’, ‘국민가요’라고 부르자고 하지만, 그 동안 별 호응이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가곡은 정통적이고 고상하지만, 대중가요는 저속하고 직설적이고 단조롭다 해서 그동안 천대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노래는 졸업하고 나면 거의 안 부른다. 왜? 음악은 근본적으로 오락의 기능이 있고, 그 생명은 ‘흥(興)’인데, 학교에서 배운 노래는 대부분 서양노래이기 때문에 흥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대중음악 하면 상당히 창피하게 생각해 숨어서 불렀다. 그러다가 방송 등에서 대중음악을 띄우자, 숨겨놓았던 감정을 모두 드러내어 지금은 떳떳하게 좋아한다고 밝혀 대중음악이 인기를 크게 얻은 것이다. 대중음악이 국민들의 큰 사랑을 얻은 이 기회에, 퇴폐적인 요소를 제거해 수준을 놓여, 우리의 음악으로 당당하게 성장하기 바란다.

    지금 우한폐렴으로 백성들의 심기가 가라앉아 있을 때 음악으로 기분을 전환시켜 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 能 : 능할 능. * 歌 : 노래 가.

    * 善 : 착할, 잘할, 선. * 舞 : 춤출 무.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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