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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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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감염병의 지방자치- 김광기(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0-03-22 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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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얻은 교훈 중의 하나는 지방자치단체가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하루 확진자가 500여명 정도로 발생이 지속되는 최악의 순간, 대구·경북을 비롯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기존에 이미 치료를 하고 있던 환자들이 있는데 여기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겼다. 대구시는 다른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요청을 받은 광역시도의 반응은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도 어찌될 수 모르는데? 다른 지역사회에 까지는…”이었다. 감염병이 전국에서 창궐하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우리 시도 주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또 다른 감염병이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생각도 하기 싫지만, 새로운 감염병이 경남에서부터 폭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대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 경남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경남도는 어떤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역학조사관 확보, 병상과 시설, 위기 의사소통능력, 확진자 지원서비스 및 거버넌스 측면에서 전문성이 있으며 신속대응을 하였는지? 이런 대응능력이 지속가능성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능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모범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다. 사망자 중 17명이 입원도 못한 채 사망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내어 줄 수밖에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았을 수 있는 환자나 사망자도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치명율이 높은 이유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고 급격히 늘어나는 환자 돌봄 보건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의 고령화 비율은 전국수준보다 높으며 전체 이용가능한 도내 병상수 중, 공공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는 비율은 10.5%에 불과하다.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민간병원과 시설을 동원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예비 역학조사관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인포데믹을 다루고 지역사회 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가짜뉴스를 잠재우고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에게 위기극복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위기 의사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성에 기반한 과학적 정보를 주민의 눈높이에 맞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신속함을 요구하는 대처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지역사회에 신뢰가 생기고 이는 곧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주민의 참여도 생길 수 있고 생필품 사재기도 안 생긴다. 정부에서는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격리자에게는 생활필수품 공급과 함께 심리적 불안도 달래 줄 수 있는 심리지원서비스도 있어야 한다. 여러 부서에 걸쳐 나누어져 있는 이런 일들이 조율되고 통합된 형태로 주민들에게 전달될 때 감염병 대응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응능력은 누가 만들 것인가? 사스 때처럼 중앙정부가 마련해 준 지침에 따르는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경남도가 도내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체계를 주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 도와 도내 대학이 함께 준비하여야 한다. 전문성이 담보되려면 대학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대학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찾아내어 통합하는 것과 함께 역량이 없다면 대학이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가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이나 부산에 있는 대학의 전문역량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서울·부산사람이 먼저이지 경남도민이 먼저가 아니다. 도민이 먼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역량을 자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문제가 개인의 판단으로 한 번에 훼손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못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김광기(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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