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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3·15 정신은 죽었는가?- 김진호(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3-11 2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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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최초의 혁명 ‘3·15’가 올해 60돌을 맞았다.

    정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제60주년 3·15의거 기념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취소돼 안타깝다. 3·15의거 정신이 점점 잊혀져 가는 상황에서 60주년 기념식이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더 크다.

    60년 전 3월15일은 제4대 대통령과 제5대 부통령을 뽑는 투표일이었다. 투표는 3인조, 5인조에 의해 전대미문의 부정이 감행됐고, 이에 격분한 민주당과 마산시민·학생들은 삽시간에 거리를 메우고 남성동 파출소를 부수고 시가행진에 나섰다. 이날 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지만 발포 이후 시위대는 자정이 될 때까지 관공서, 경찰서(파출소), 자유당사 등을 습격하며 저항했다. 이 1차 마산의거로 총 9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했다. 이어 4월 11일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2차 의거가 발발한다. 1, 2차 의거로 모두 12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학생과 청년들이 민주의 들판, 붉은 화단에 한송이 꽃이 됐다.

    3·15의거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아니다. 3·15는 4·19 앞에 있었던 최초의 혁명이었다.

    이런 ‘3·15’의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의’다. 당시 마산시민들은 불의에 맞서 싸웠고, 옳다는 것을 실천했다.

    3·15를 뜨거운 가슴으로 기억하기 위해 (사)3·15의거기념사업회가 지난 1993년 결성됐다.

    하지만 요즘 3·15의거기념사업회를 보면 “단체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고 한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년)의 푸념이 떠오른다.

    지난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에 연루된 13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무수석비서관실, 민정수석비서관실 등 청와대 비서실장 산하의 8개 비서관실이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 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갖은 불법행위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적시돼 있다.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A4용지 71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35번이나 나왔다. 검찰은 첩보 생산부터 수사 상황보고까지 하명수사의 처음과 끝이 청와대였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의 부정선거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3·15의거기념사업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침묵했다.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온몸으로써 항거한 3·15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면 마땅히 대통령의 해명과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했었다.

    청와대가 개입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침묵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쳐야 할 기념사업회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항간에는 사업회가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몸을 사렸다고 한다. 면면히 이어져 오던 마산정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3·15가 왜 ‘혁명’이 되지 못했는지, 왜 헌법 전문에 수록되지 못하고 4·19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지는 기념사업회와 함께 지역사회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3·15혁명 60돌에 3·15정신이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지 묻고 싶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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