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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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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네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3-04 2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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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는 의심, 확진 환자들을 돌봐야 하잖아요…, 마음 가는 곳이 음압격리병동이더라구요.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7일 한 언론을 통해 처음 전해진 ‘코로나 전사’ 김소연(서울의료원) 간호사의 말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홀로 용감히 나선 간호사의 용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코로나19의 공포와 두려움에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공간, 숨쉬기조차 힘든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동에서 확진자들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힘겹다. 습기가 가득한 고글과 방호복을 입고 3시간가량 환자들과 만나고 나면 호흡곤란, 현기증, 두통이 몰려와 교대 시 현기증으로 비틀거린다고 하니 안쓰러움이 앞선다.

    사명감, 책임감, 말은 그럴듯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원해서 두려움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맞다. 누군가는 사명감을 갖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이 판국에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 간호사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난 지난달 26일엔 창원한마음병원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또 가슴 찡한 울림을 전했다. 병원 내 의사와 간호사의 확진으로 코호트 격리된 이날 창원한마음병원이 2주간 병원 전체를 격리하면서 격리병동 근무자를 지원받자 서로를 걱정하며 “나는 아이를 다 키워서 괜찮다. 니는 애가 어리니까 집에 가라”는 말에 “ 제가 젊으니까 있을게요. 선생님이 가세요”라고 답해 간호사실이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 귀하고 아름답다.

    또 ‘지역의 모든 의사들 달려와 주십시오’라는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의 호소문에 전국 각지에서 지원자들이 달려오고, “동료 간호사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하나둘 격리될 때마다 솔직히 너무 두렵지만 그래도 피할 생각은 없다”는 대구 동산병원 간호사의 말은 냉랭하게 식어 가는 우리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이런 모습에 시민들은 “아픔을 보듬는 그대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부디 현장에서 감염되지 말고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 힘써 달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도 한몫 거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없어 고민하는 세입자에게 3·4월 두 달간 임대료를 절반 또는 전액을 안 받겠다는 소식은 아마 두고두고 평생을 잊지 못할 고맙고 감사할 일이 될 것이다. 경남도 역시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건물주에 대해 도세인 지역자원시설세·지방교육세와 시·군세인 재산세 등 3개 세목을 감면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따뜻해지는 것 같다. 아직은 나 자신보다 남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우리의 삶이 행복하다. 거침없이 마수를 펼치는 코로나19의 위력도 이런 사람들 앞에서는 무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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