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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두려움과 혐오 넘어 코로나 위기 극복하자-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 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2-25 2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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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경남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시민들의 두려움은 증폭되었다. 단체톡방엔 환자의 이름이 공개된 문서가 올라오기도 했으며, 확진자의 주소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자 창원 성산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방송으로 해당 아파트가 아님을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TV를 켜면 ‘코로나19’ 에 대한 내용이 거의 도배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영방송은 그 기능을 다하고는 있으나 지나칠 정도라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외국방문을 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나 외국 출신, 특히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에 대한 혐오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 수도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계 전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유명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아시아 관계자들의 런던패션위크 초청을 취소했다.

    미국, 캐나다 등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많이 가는 국가나 유럽에서도 동양인 혐오현상이 있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코리안 리거 손흥민이 피해자가 됐다. 그는 지난 3일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경기에서 2-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렸다. 경기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 도중 두 차례 마른 기침을 했다.

    이에 현지의 일부 축구 팬들은 “토트넘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왔다”라며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덜란드의 한 카페에서 일하던 한국인 유학생이 주문을 받다가 손이 스쳤더니 ‘돈 터치(만지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다른 백인 점원들에게는 이렇게 무례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두려움은 도내 대학가에도 번졌다. 3월에 개강을 하는 대학들은 중국을 포함한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에서 입국하는 유학생들 관리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증상자를 격리조치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고, 한국학생들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유학생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국가라고 차별을 받거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힘을 모아 극복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1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메시지 ‘우한짜요(우한 힘내라)’가 송출되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날부터 열흘간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과 30분에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으라차차 대한민국, 힘내라 우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기 고양시에는 코로나19의 예방 필수품인 마스크, 손 세정제가 품귀·품절 현상을 빚는 가운데 익명의 방역물품 기부 행렬이 이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려운 순간에 우리는 ‘역지사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으로 한국에 입국한 사람보다 한국인으로 외국에 출국한 인원이 3배 정도 많다.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에서 입국했다고 혐오하거나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우리 도민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23일 도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도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며 “도는 이미 발생 초기부터 심각단계에 준해 관리해 왔지만 23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내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도 차원의 비상대응체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하여 일선 의료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있다. 이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도민들은 감염증 예방 수칙을 잘 지켜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함께 협조해야 할 것이다.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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