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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자살률 1위, 그리고 자살예방클리닉의 설립- 이한기(마산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0-02-17 20: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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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이란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이다. 스스로 죽인다는 뜻인 자살(自殺)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하여 자사(自死)라고도 한다. 남성의 자살 경향이 더 높게 나타나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살률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자살을 우울증의 마지막 단계라고 정의한다. 우울증이 극에 달해 자신의 의지를 제어할 수 없는 일종의 정신적 아노미(무규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자살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천재가 아니면 자살할 수 없다는 가설도 있다.

    자화상 등을 그린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여자의 일생을 그린 ‘드 모파상’은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들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들로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독한 사람이 자살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약한 성격이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견해다. 가학성애, 즉 사디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키드 사드는 ‘자살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동’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자신은 병사했다(사디즘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함).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자살은 결코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자살은 ‘우울감‘ 등 자신의 내면세계와 현실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극단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견해도 있다. 자살한 사람에 대해 세간의 여론이 대체로 동정적이기보다는 냉담하고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한국인에 대한 자살 실태조사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35%)과 가정문제(26%)가 자살시도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작금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40분마다 1명, 하루 40명, 한 해에 1만4000명이 자살하는 나라. 어디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3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8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OECD 평균 11.5명의 2.3배나 된다.

    자살률 역시 2000년(13.6명) 이후 무려 100%나 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 15.2, 미국 13.9, 영국 7.3, 터키 2.6명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고, 같은 기간 포르투갈이나 칠레를 제외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사뭇 다른 결과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20대 자살률이 전체 사망의 47.2%, 30대는 36.7%나 돼 자살증후군이 청년층에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고립, 실직으로 인해 자살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현상이 그만큼 깊어지고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어 건강성을 잃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서 우리는 덴마크의 자살예방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 30여 년 전 상황은 반대였다. 1980년 덴마크의 자살률은 31.6명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26위(10.6명)에 불과하다. 1983년 당시 한국의 자살률은 8.7명에 불과했다.

    덴마크가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덴마크 전역 20곳에 설치한 ‘국립자살예방클리닉’이 그 해답이었다. 1992년 설립된 국립자살예방클리닉은 2006년 덴마크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편입됐고, 국민 누구든 무료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덴마크가 전국에 자살예방클리닉이 갖춰지면서 집중관리가 이뤄짐으로써 자살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정부가 앞장서 자살문제를 공론화하여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국가적 차원의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이한기(마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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