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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김서준(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2-13 20: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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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님은 ‘너는 머리카락 하나도 검거나 희게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머리카락 색깔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그것이 신의 뜻이든 아니든) 세상 일은 원래 무엇 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종종 이러한 사실을 잊곤 한다. 소위 성공하게 되면 자신이 이뤄낸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반면, 무언가 실패하면 자신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자책하기도 한다. 자신의 성취를 칭찬하거나 실패를 반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객관적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변호사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자. 우선 어릴 때부터 공부에 흥미가 있어야 하고, 어떤 계기가 되었든 많고 많은 분야 중에서 법학으로 진로를 정했어야 한다. 또한 전문직 자격을 따는 것은 장기간의 고된 노력이 필요하므로, 성실함과 노력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해 줄 자원이 필요할 것이며, 중간에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아프거나 큰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거기다가 시험 운도 필요하다. 이처럼 하나의 자격증을 따는 것도 수많은 우연이 빚어낸 결과물일 뿐이고, 개인이 관여한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인내와 노력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 노력조차도 우연한 재능과 환경, 동기부여 등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비단 공부만 그러하겠는가.

    살다 보면 직장을 잃거나, 이혼을 하거나 혹은 거액의 사기를 당한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 누구나 자괴감에 빠진다. 오롯이 내가 부족해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쁜 일 자체보다 이러한 자괴감이 스스로를 훨씬 더 불행하게 만든다.

    삶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하여 너무 자책하지 말자.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간 것일 뿐, 당신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삶이란 좋게도 나쁘게도 흘러갈 수 있는 것이며, 세상에 개인이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의 구분 자체가 허구일지도 모른다. 강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듯, 삶은 어떤 식으로든 그저 흘러갈 뿐이다.

    김서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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