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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잔 다르크, 추노, 주홍글씨- 차상호(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2-05 2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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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는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잔 다르크가 마녀라니. 백년전쟁은 프랑스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벌어진 영국과 프랑스 가문 간 5대에 걸쳐 116년간 치러진 전쟁이다. 아무튼 중세부터 근대 초기에 까지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벌어졌던 마녀재판과 마녀사냥으로 최대 50만명의 사람들이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녀라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희생자 다수는 여성이었다. 심지어 마녀재판을 받는 동안 발생되는 모든 비용은 마녀로 지목된 희생자가 지불해야 했단다. 고문도구 대여료와 고문기술자 급료, 재판하는 판사 인건비, 화형 집행 비용까지도 말이다. 이쯤 되면 마녀로 몰아 돈을 뺏기 위한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현대에서 마녀사냥은 다수의 집단이 행하는 특정 소수에 대한 혐오나 다름 없다.

    ▼우리 역사에서 노비가 도망가다 잡히면 왼쪽 뺨에 남자는 ‘노(奴)’, 여자는 ‘비(婢)’자를 새겼다. 옷으로도 가릴 수 없도록 드러나는 얼굴에 찍은 낙인은 평생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 낙인은 stigma라고 한다. 어원은 그리스어 ‘stizein’이다. ‘찌르다’는 뜻인데 가축이나 노예의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한 낙인이었다. 호손의 장편소설인 ‘주홍글씨’는 어떤가.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은 간통한 여자에게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첫 글자를 따서 ‘A’를 주홍색으로 달고 다녀야 했다. 역시 낙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사회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혐오나 증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우한 혹은 후베이성, 혹은 중국에 다녀온 이들은 증상이 없어도 귀국일로부터 14일간은 자가격리하고 있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증상이 없음에도 자가격리됐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칫 낙인을 찍지 않을까 우려된다. 메르스 때 실제 병이 없었던 학생이 환자로 낙인찍혀 왕따를 당하고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적이 있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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