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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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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2) - 기울어지다, 벌어지다, 날로, 못나다, 어리석다, 일어나다

  • 기사입력 : 2020-01-28 0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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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71쪽과 7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1쪽 첫째 줄에 ‘다섯째 조각’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배움마당을 가르면 나눈 조각이 되기 때문에 ‘단원’, ‘소단원’ 또는 ‘장’, ‘절’이라는 말보다는 ‘가름’, ‘조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거듭 듭니다.

    둘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서 “그렇게 훌륭하던 신라가 어떻게 하여 기울어져서, 후삼국이 다시 벌어지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자”라는 월이 있습니다. 이 월에서 ‘신라’와 ‘후삼국’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기울어지다’와 ‘벌어지다’는 말은 더 반갑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쇠퇴하다’와 ‘성립하다’는 말을 쓰지 않아도 풀이가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이라고 다 쉬운 말이 아니라는 것과 쉬운 말을 알맞게 부려 쓰는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옛날의 어려움을 잊어버리고’와 일곱째 줄에 있는 ‘젖어서’와 여덟째 줄에 있는 ‘흐려졌다’도 쉬운 말로 되어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서울 안에는 큰 부자집이 여럿이 있어 나라 안의 재물이 그들에게로 모여 들고 백성들은 날로 가난하여졌다”는 월도 참 쉬운 풀이입니다. ‘부자’, ‘재물’, ‘백성’, ‘가난’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열둘째 줄부터 열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그날그날의 생활에 몰려서 나라 일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다”는 월도 비슷합니다. ‘생활’이라는 말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열다섯째 줄부터 72쪽 첫째 줄까지 이어진 “말년에 와서는 임금과 대신이 더욱 못나고 어리석어서, 온갖 좋지 못한 짓을 하였기 때문에 나라의 위신이 서지 않고 사회가 날로 어지럽게 되어 갔다”도 ‘말년’, ‘대신’, ‘위신’, ‘사회’라는 말 말고는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참 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월에서 하는 풀이를 보면 우리 삶은 거의 즈믄 해 앞이나 요즘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72쪽 넷째 줄에 나오는 ‘없이녀기고’는 요즘 ‘업신여기고’와 같은 말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볼 때마다 낱말의 본디꼴을 밝혀 적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낱말의 본디꼴을 밝혀 적으면 그 뜻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업신여기다’로 적으면 그 뜻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나 ‘없이여기다’라고 적는다면 그 뜻을 어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여러 곳에서 일어나게 되었다’와 열둘째 줄에 있는 ‘일어남’, 열셋째 줄과 열넷째 줄에 걸쳐 있는 ‘땅에서 일어나’도 토박이말이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열둘째 줄의 ‘일어남’은 흔히 요즘 책에서 많이 쓰는 ‘부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더 반가웠습니다.

    열넷째 줄부터 이어지는 ‘품은 사람들을 모아 가지고 나라를 세웠다’와 ‘뒤에 서울을 옮기고’, ‘옛 나라’, ‘마음을 사기’도 토박이말들이라서 좋았습니다. 이런 쉬운 말들을 알뜰히 모아서 요즘 우리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에도 쓸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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