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13) 기암투명(棄暗投明)

- 어두운 것은 버리고 밝은 것에 의지한다

  • 기사입력 : 2020-01-28 08:00:16
  •   

  • 이제 음력설이 지났으니 확실한 경자년(庚子年)이다.

    경자년의 ‘자(子)’는 쥐를 나타내기 때문에 올해 태어나면 쥐띠가 된다. 필자가 태어나서 해를 나타내는 갑자(甲子)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때가 경자년이었다. 그때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올해로부터 60년 전이니,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절감하겠다.

    쥐는 사실 사람에게 거의 도움이 안 되는 동물이다. 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곡식을 훔쳐 먹고, 물건을 갉아 버려놓고, 병균을 옮기는 등등이다. 그러나 쥐에게도 취할 점이 있는데, 부지런하고, 기민(機敏)하고, 생활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릴 때 본 일인데, 쥐가 수확한 옥수수를 다 까먹어 버려 옥수수를 따서 철사에 달아 길게 늘어뜨려 놓았는데도 철사를 타고 내려가 다 갉아먹을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다.

    열두 띠 가운데서 쥐가 맨 앞에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부터 3000여 년 전 주(周)나라 때는 지금의 음력 11월이 정월(正月)달이었다. 11월의 월건(月建 : 달의 띠)이 자(子)로 음력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했다. 11월에 동지(冬至)가 들었기 때문에 11월을 또 지월(至月)이라고도 한다.

    동지 때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온 세상에 음기(陰氣)가 가장 성한 때이다. 그러나 태극(太極)의 이치에서 음기가 가장 셀 적에 양기(陽氣)가 막 생기기 시작한다. 음기가 극치에 이르면 그때부터 음기가 줄어들고 양기가 자라난다. 그래서 11월을 복월(復月)이라고도 한다. 양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달이라는 뜻이다. 양기가 자라나니까 아들 ‘자(子)’로 썼다. 이때 ‘자(子)’자는 ‘자라난다’, ‘낳는다’, ‘시작한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십이지(十二支)의 첫째가 ‘시작한다’는 뜻의 ‘자(子)’자가 된 것이다. 하루도 자시(子時)에서 시작한다.

    또 쥐는 음양(陰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또 쥐의 앞발은 발가락이 네 개이고 뒷발은 발가락이 다섯 개인데, 짝수는 음(陰)을 나타내고 홀수는 양(陽)을 나타내는데, 음에서 양으로 변하는 과정의 동물이 쥐이기 때문에 바뀌는 맨 처음에 ‘자’를 둔 것이다.

    경(庚)은 십간(十干) 가운데서 일곱 번째인데, 방향으로는 서쪽이고 색깔로는 흰색을 나타낸다. 그래서 금년을 백서(白鼠 : 흰 쥐 띠)의 해라고 한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실업률이 높아 4.5%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워 앞이 안 보이니까 자칫하면 자포자기하고 탈선하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정신을 자기가 가다듬어 밝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어두운 곳은 떠나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더 희망을 가지고, 한 번 안 되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새해 새 희망을 갖고 더 나은 곳을 향해서 전진해야 한다.

    *棄 : 버릴 기.

    *暗 : 어두울 암.

    *投 : 던질 투. 의지할 투.

    *明 : 밝을 명.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