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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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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야기꽃 피는 명절?- 정오복(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0-01-27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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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명절, 사소한 말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아버지를 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명절 연휴 가정폭력 현황을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하루 평균 102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가정폭력 발생 건수인 708건보다 44.6%나 높은 수치다. 이는 명절이어서가 아닌 평소 누적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서는 위로받으려는 기대심리에 반할 경우 감정이 폭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양 모두 중요한 식탁 예절로 ‘종교와 정치 이야기 금지’를 꼽는다. 부모-자식, 터울 많은 형제 사이에는 세대 차이마저 나기 때문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화의 불씨가 된다. 특히 정치 성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매일 만나는 직장 조직원을 제외하면 정치 문제를 대화 소재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평소 자주 안 만나는 가족이면서도 경계나 배려 없이 당연한 듯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다 보면, 얼굴 붉힌 채 대립각을 세우고 만다.

    ▼정치는 이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성의 문제다.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 믿지 남이 옳다고 설득하는 사실은 수용하지 않는다. 팩트 체크도 아무 소용없다. 사람은 수많은 사실 중에서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할 수 있는 사실에 선택적으로 노출되고, 선택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미 믿고 있는 것만을 강화시키는 ‘의도적 합리화(Motivated reasoning)’가 작용한다. 정치 이념은 신념이지 누가 옳고 그르다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소통은 모든 것의 해결책이 아니다. 이럴 땐 오히려 ‘거리두기’를 권유한다.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지만, 가족이기에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만용이다. 반발을 숨기려는 인내(?)는 향후 가족 간 기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인의 인권과 사적 영역이 중시되는 만큼 가족 관계에서도 윤리와 예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억지로 상대를 바꾸려하기보단 상대의 가치관과 이념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오복(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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