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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대한민국 10년 대계(大計)를 생각한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0-01-21 20: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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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을 시작하며 향후 10년의 국가 대계를 생각한다. 시민이 원하는 2030년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보다 한 단계 질적으로 성숙한 사회다. 세계 평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문화적으로 영화와 음악, 미술, 스포츠, 문학 등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꿈꾼다.

    100년 전만 해도 이러한 꿈은 실현 불가능했다. 과대망상(誇大妄想)이었다. 왜냐하면 1920년대의 한반도는 일제의 침략을 받아 강점(强占) 상태에서 시민들이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수탈, 사회 공동체 해체, 왜색 문화의 강요 등으로 생존과 정체성이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일제에 대한 저항과 독립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고, 마침내 1945년 해방을 맞이했다. 이후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은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부흥(復興)을 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962년부터 1996년까지 총 7차에 걸쳐 실행됐고, 경제와 사회의 선진화를 위한 기초를 굳건히 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이듬해 ‘IMF 체제’ 속에 극심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그리고 2008년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닥친 어려움을 각각 극복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GNI)은 1953년 67달러에서 2018년 3만3434달러로 약 500배가 늘어났다. 눈부신 성장은 경제뿐만 아니다.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음악 그룹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각각 수상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놀랍도록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경제, 정치, 문화적 측면에서 미래 발전의 큰 걸림돌로 나타난 문제들을 살펴보자. 먼저 경제적으로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려는 수출 규제로 인해 부품과 소재, 장비 등에서 취약한 부분이 드러났다. 다행히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일본의 제한적 수출 허용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를 거울로 삼아 핵심적인 산업기술 개발을 위해 선제적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개발된 기술의 실용화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저가 제품 수출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 산업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다음에 정치적 민주주의 역시 진보와 보수 세력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회의 효율성이 저하됐다. 상호 지지 세력을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 등으로 불러와 거리에서 세 대결을 펼칠 경우 정치가 실종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된다. 민주 국가에서 정치는 자원의 배분을 위해 토론과 협상,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루는 과정이다. 다수결을 따르되 다수는 소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 화해와 조정을 중시하는 민법의 정신과 관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화 분야에서도 방송과 영화, 음악, 요리, 관광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연예인과 제작자의 불평등 계약과 열악한 근무 조건 개선이 지연된다면 우수한 콘텐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 분야의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 구축과 지원 정책으로 한류의 지속과 발전 인프라를 강화하기 바란다.

    10년 후 2030년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 세대로부터 답을 찾는다. 교육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했다. 엔지니어와 기업인들이 산업과 무역 현장에서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헌신했다. 정치인과 공무원, 시민들이 국가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화인들이 긍지를 갖고 우수한 콘텐츠 제작에 전념했다. 이제 우리와 후속 세대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창조적으로 실천할 때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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