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1) - 천, 빛, 구들, 활쏘기, 공치기, 바둑두기

  • 기사입력 : 2020-01-21 07:59:00
  •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69쪽과 7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9쪽 첫째 줄에 ‘천과 빛이 달랐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천’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실로 짠 옷이나 이부자리의 감이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요즘에도 ‘포목점’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있는데 왜 이런 말만 쓰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말에 ‘베’도 있고, ‘피륙’도 있는데 말이지요. 앞으로 베, 천, 피륙 같은 말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게 된다면 ‘천가게’, ‘베가게’, ‘피륙가게’라는 말도 쓰게 될 날이 오지 싶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빛’이라는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색’이라는 한자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낄 수도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잘 썼던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빛, 쪽빛, 감빛, 노란빛, 빨간빛, 파란빛과 같은 말들을 자주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겨울에는 온돌을 만들어 방안을 따뜻하게 하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슬기라고 자랑하는 이 ‘온돌’이라는 말이 알맞게 쓴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돌’을 말집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화기가 방 밑을 통과하여 방을 덥히는 장치’라고 풀이를 하고 그 끝에 비슷한말로 ‘방구들’, ‘온갱’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슷한말인 ‘구들’은 ‘고래를 켜고 구들장을 덮어 흙을 발라서 방바닥을 만들고 불을 떼어 난방을 하는 구조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그 끝에 비슷한말로 ‘방구들’, ‘방고래’, ‘온돌’이 있다고 했습니다.

    ‘온돌’ 풀이에는 ‘구들’이 없었는데 ‘구들’ 풀이에는 ‘온돌’이 나오는 것도 좀 얄궂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릴 때 어른들이 주고받던 말씀을 떠올려 봐도 “구들 놓을 줄 아는 사람 어디 없을까?”라고 하셨지 “온돌 놓을 줄 아는 사람 어디 없을까?”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다른 풀이에 ‘구들’이 ‘구운 돌’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어떤 고장에서는 ‘구돌’이라고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와 같은 몇 가지를 따져 볼 때 ‘온돌을 만들어’라는 말보다 ‘구들을 만들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여기 저기’와 넷째 줄에 나오는 ‘여름’이라는 말도 반가웠고 다섯째 줄에 있는 ‘음식을 넣어 쉬지 않게 하였다’도 ‘보관하다’, ‘상하다’라는 말이 아닌 쉬운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70족 첫째 줄에 ‘활 쏘기’, ‘공 치기’, ‘바둑 두기’도 모두 토박이말이라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활’과 ‘쏘다’, ‘공’과 ‘치다’, ‘바둑’과 ‘두다’와 같은 말을 더해 만든 새로운 말인 ‘활쏘기’, ‘공치기’, ‘바둑두기’와 같은 말은 요즘에도 쓸 수 있는 말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흔히 쓰는 ‘축구’는 ‘공차기’가 되고 ‘야구’가 ‘공치기’가 될 것입니다. 이런 말을 바탕으로 우리말다운 새로운 말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널리’, ‘익힘’이라는 토박이말도 반가웠고, 아래에 나온 물음에 쓴 말들이 쉬운 토박이말로 된 것이라 반갑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쉬운 말로 된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날이 얼른 올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