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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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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43) 제25화 부흥시대 53

“입술도 술이잖아요?”

  • 기사입력 : 2020-01-03 07: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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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기생 하나가 노래를 부르자 다른 기생들이 따라 불러 금세 합창이 되었다. 미월도 따라 부르고 이재영도 따라 불렀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비가 내리는 정자에서 기생들이 노래를 부르자 청승맞으면서도 아름다웠다. 계곡으로는 물줄기가 콸콸대고 흘러내렸다.

    “회장님도 노래 한 곡 하세요.”

    기생들이 이재영에게 청했다.

    “무슨 노래를 불러?”

    “회장님이 노래를 부르면 제가 술 한 잔 드릴게요.”

    “술은 많이 마셨어.”

    “회장님두 참, 회장님이 노래를 부르면 산월이가 입술을 드리겠다는 거예요. 입술도 술이잖아요?”

    연홍이라는 기생이 말했다.

    “진짜?”

    이재영이 웃으면서 산월을 보았다.

    “언니가 허락하면요.”

    산월이 얼굴을 붉혔다.

    기생들이 일제히 미월을 쳐다보았다.

    “나도 우리 서방님 노래를 못 들어 봤어. 한번 불러보세요.”

    미월이 웃으면서 말했다.

    “노래는 무슨….”

    “나도 술을 드릴게요.”

    연홍이 말했다.

    기생들이 까르르 웃었다.

    “이것들이 전부 미쳤네.”

    미월이 웃음을 터트렸다. 노여운 기색이 아니었다.

    이재영은 못 이기는 체하고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다.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울고 꽃이 지면 같이 우네

    이재영이 노래를 부르자 기생들이 따라 불렀다.

    요정에서 기생들이 노래를 부를 때 젓가락을 두드리며 흥얼거리고는 했었다.

    “우리 서방님 청이 좋네.”

    미월이 박수를 쳤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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