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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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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영국 런던

마법의 도시 런던 꿈꾸듯 걷다

  • 기사입력 : 2019-12-25 21: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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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20대 중반까지 해외여행은 늘 상상 속의 이야기였다. 요즘에는 여행 블로그나 여행 예능 등이 수없이 쏟아지며 간접여행도 가능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경험도 흔하지 않았다.

    나는 상상 속에서 늘 영국 런던을 여행하는 나를 떠올렸다. 내 상상 속의 영국은 여왕이 사는 나라, 중절모와 턱시도를 입은 신사들의 나라, 오래전 역사 속 어느 시점부터 시간이 멈춘 내가 사는 이곳과는 시공간 차원이 다른 그런 곳이었다. 이토록 꿈꿔 왔던 영국을 나는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도 8년 만에 처음으로 다녀오게 됐다.

    영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아껴두고 싶은 마음은 더 컸다. 일정을 쪼개서 잠시 다녀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 나는 영국을 아끼고 아끼고 아끼다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한 달간의 유럽 여행 중 첫 번째 도시로 정했다.


    히드로공항에 내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걱정했던 입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한 뒤 공항철도를 타고 도착한 런던의 메인 역인 킹스크로스역으로 나왔을 때, 영화나 영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빨간 전화박스와 영국 특유의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사이를 걸으니 12시간의 비행 피로가 한 번에 사라질 정도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비가 자주 오는 런던의 날씨, 늘 런던을 꿈꿨던 내 마음을 아는지 5월의 런던은 머무르는 일주일 내내 맑고 화창한 날씨만을 선물했다.

    런던 메인스트리트.
    런던 메인스트리트.

    첫 일정은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보는 것. 일찍 가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는 후기를 많이 봤지만 일정상 1시간씩 미리 가서 대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일찍 도착했다. 여행 후기에서 본 것과 같이 이미 명당 자리는 먼저 온 관광객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지만 운 좋게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교대식이 시작되고 근위병들이 열을 맞춰 행진을 시작한다.

    근엄하고 딱딱하리라는 상상과 달리 열을 맞춰 걷는 근위병들이 호두까기인형에 나오는 꼬마병정인형같이 귀여웠다. 짧고 간단한 이벤트지만 첫 일정에서 영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를 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드디어 런던에 와 있다는 사실을 짧지만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궁전 내 기념품 가게에서 미리 봐두고 온 왕관 마그넷과 그해 태어난 왕자를 기념하는 보석함도 샀다.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은 계절마다 일정과 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

    나는 새로운 여행지에선 꼭 그 지역의 대표 공원을 가보는 편이다. 공원은 현지인들이 모여 휴식을 하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곳이기 때문에 그 지역 분위기와 그곳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이다.

    하이드파크는 넓은 잔디밭과 호수로 꾸며진, 런던을 대표하는 영국왕실 소유의 영국식 공원이다. 오후에 방문한 하이드파크에는 런던의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피크닉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피크닉에 동참했다. 피크닉 매트를 깔고 마켓에서 사 온 맥주와 간식거리 등을 꺼내 먹었다.

    내가 먼 곳에서 온 이방인이자 여행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이곳의 공기와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어 여행이 아닌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런던 대표 공원 하이드파크.
    런던 대표 공원 하이드파크.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하루 일정을 모두 올인한 곳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 영국을 상징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해리포터가 나온 이후로는 영국의 상징은 해리포터, 영국을 해리포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영화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곳이다. 해리포터의 세상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해리와 친구들이 마시던 ‘버터맥주’를 한잔 들이켜면 영화 속 해리포터 세상이 진짜 현실이 된다. 하지만 버터맥주는 탄산음료에 휘핑크림을 올린 요상한 음료니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버터맥주’
    해리포터 스튜디오 ‘버터맥주’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구석구석이 영화와 관련된 포토스팟이라 사진 찍기 좋다. 특히 해리포터가 마법학교에 가기 위해 통과하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은 가장 유명한 포토스팟이니 빼먹지 말고 꼭 들러야 한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9와 4분의 3 역 포토스팟.
    해리포터 스튜디오 9와 4분의 3 역 포토스팟.

    다음 날은 런던 도심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다. 런던에는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외곽지역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알아보고 가고 싶은 곳을 1~2곳 정도 미리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선택한 외곽지역은 긴 해안절벽지대가 펼쳐지는 세븐시스터즈.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을 한 뒤 또 30분을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정 인원 이상이면 기차표 할인이 되니 여행카페 등을 통해 미리 일행을 모아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안절벽지대를 보기 위해 30분이나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걷는 내내 펼쳐지는 초원과 그 위를 뛰어다니는 양떼들, 아기자기 모여 있는 예쁜 집들을 구경하느라 지겹거나 힘들지 않았다. 드넓게 펼쳐진 해안과 절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언덕에 올랐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눈치껏 따라가면 된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절벽은 특이하게도 새하얀 색이다. 해변을 따라 순백의 절벽이 푸른 바다를 감싸 안은 모습은 색다르면서도 이국적이다. 런던 도심 내내 머무르기보다는 하루 정도는 일정을 빼 색다른 영국의 모습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븐시스터즈 해안절벽.
    세븐시스터즈 해안절벽.

    다음 일정은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옥스포드. 런던보다 규모가 작은 소도시라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었다. 골목 곳곳에 옥스포드대학 건물이 있다. 마을과 학교가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어 마을 곳곳을 누비며 중간중간 옥스포드대학의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해리포터의 배경이 된 학생 식당과 옥스포드 대학 구조의 특징인 넓은 정원을 둘러보고 실제 그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인위적으로 꾸며진 해리포터스튜디오와는 또 다른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과 건물, 그 속에 있는 학생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 그 시간이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영국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으로 쓰인 옥스포드 대학 내 학생 식당 더 그레이트홀.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으로 쓰인 옥스포드 대학 내 학생 식당 더 그레이트홀.

    여행 중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일정은 로컬마켓을 둘러보는 것. 런던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표 마켓인 노팅힐 포토벨로마켓에서는 평소 좋아하는 빈티지 제품들을 맘껏 구경할 수 있었다. 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오후 4시 노팅힐 게이트 역 인근에서 열린다. 산책하듯 조용하고 여유로운 노팅힐의 동네를 지나오면 시끌벅적하고 생동감 넘치는 포토벨로마켓을 만난다.

    노팅힐 포코벨로마켓. 빈티지 찻잔 등을 팔고 있다.
    노팅힐 포코벨로마켓. 빈티지 찻잔 등을 팔고 있다.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거리에 앤틱·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좌판상점, 골동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전 11시부터는 관광객이나 현지인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오전 일찍 가야만 여유 있게 마켓을 둘러볼 수 있다. 좀 더 여유 있는 관광을 원하면 규모가 좀 작더라도 사람들이 비교적 덜 몰리는 인근 다른 마켓을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런던아이
    런던아이
    타워브리지
    타워브리지

    소개한 여행지가 아니라도 런던 곳곳은 구경거리가 많다. 야경이 아름다운 타워브리지나 런던아이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코스도 필수다. 런던에 머무르는 내내 만날 수 있는 영국사람들의 친절도 내가 런던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다. 화려하거나 웅장한 도시는 아니지만 런던 특유의 무게감과 분위기는 여행자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쉽게 이 도시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준다. 오랜 꿈의 도시 런던, 나는 지금도 런던을 꿈꾼다. 멀지 않은 어느 날 다시 옥스

    포드 골목 곳곳을 누비는 나를 상상해본다.

    △ 김세희△ 1985년 마산 출생△ 대구보건대학 졸업△ 마산하나병원 근무

    △ 김세희

    △ 1985년 마산 출생

    △ 대구보건대학 졸업

    △ 마산하나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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