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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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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단골음식점의 폐업-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12-11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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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골음식집이 문을 닫았다.

    지인에게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다가 10년 가까이 다닌 고깃집이다. 30대 후반의 부부가 운영하는데 맛은 물론이고 가성비와 서비스가 좋았다. 테이블이 20여 개로 제법 규모가 컸는데도 주말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 편이었다.

    얼마 전 방문했더니 이상하게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싹싹하고 부지런한 여주인이 안 보여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몸이 안 좋아 나오지 않았단다. 쉴 새 없이 호출벨을 누르는 손님들에게 종업원보다 먼저 달려가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는데 무리해 건강이 나빠졌나 보다.

    안주인이 자리를 비운 가게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꿈뜨고 서비스는 아쉬웠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가니 주인장이 장사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 다음번에 올 땐 전화를 해보고 오라며 명함을 줬다. 이유인즉슨 여주인이 병원에 입원해 도저히 영업을 계속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문을 닫으면 어떡할 거냐고 걱정하니 당분간 쉬다가 여주인의 건강이 회복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할 계획이란다. 그동안 고깃집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해 덜 힘든 냉면집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게 끝이었다. 다음번에 가려고 전화를 해보니 없는 전화번호라는 음성안내가 흘러나왔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사가 안돼 대출액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렸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폐업한 내 단골집은 최저임금 인상이 악영향을 미친 사례다. 장사는 잘 됐지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오르니 종업원 수를 줄여야 했고, 여주인은 그 빈자리를 채우려 동분서주하느라 건강이 나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걸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인건비가 아니더라도 동종업종 경쟁 심화, 임대료, 대출이자, 카드수수료 등 자영업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요소는 많다.

    또 최저임금 때문에 전체 자영업자가 빈사상태가 됐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자영업자 566만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2만명(72.8%)으로 인건비 부담이 없는 자영업자도 상당히 많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증가→소비 증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2년간 최저임금을 29.1% 올렸다. 이는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 2년간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10.1%로 박근혜 정부(5.9%)보다 높았다. 287만7789원이었던 월 근로소득을 316만9168원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노동자의 임금 상승분이 소비시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심리가 확산된 탓이 아닌가 싶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미래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 앞으로 경제가 살아나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다.

    내년에는 소비심리가 살아나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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