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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퀴어축제와 의식의 충돌- 정오복 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19-11-27 2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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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서 아프리카 펭귄 수컷 동성 커플이 다른 커플의 알을 훔쳐 품고 있다는 소식이 보름 전쯤 SNS를 통해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일 BBC도 베를린 동물원에서 수컷 황제펭귄 커플이 다른 암컷이 낳고 버린 알을 번갈아 품으며, 부모처럼 행동한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펭귄 세계에서는 동성애가 드물지 않고, 동성 커플이 알을 품는 경우도 가끔 생기면서 네티즌들의 응원이 쏟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본격화됐고, 2000년 서울 대학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열리면서 동성애 화두가 공론의 장으로 부상했다. 또 홍석천, 하리수 등 연예인들의 커밍아웃과 주말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미뤄두려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 동성애는 정신의학적으로 정상의 범주이지만, 국가·사회 질서를 해치는 문제로 인식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동성애는 모든 종교에서 반율법적인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다 경남학생인권조례 무산 사례에서 보듯이 보건·교육적인 프레임으로 반대할 때는 마땅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없다. 또한 “내 자식이, 내 형제가, 내 조카라면…” 식의 가족주의를 들이대면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2001년 17%였던 동성결혼 찬성 비율이 2017년 41%로 증가했다는 설문결과를 보면, 수면 아래에서의 치열한 변화는 부정할 수 없다.

    ▼경남 첫 퀴어문화축제가 모레 창원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등 부당한 차별과 혐오, 편견에 맞서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표현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대 단체들도 인근에서 집회를 갖기로 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는 고사하고 참가자들의 안전마저 염려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오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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