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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숙의민주주의시대 열다] (4) 스웨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나이, 성별, 지역, 이념 넘어 즐기는 스웨덴 ‘정치축제’

  • 기사입력 : 2019-11-24 20: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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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의 정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회에 등원하고 개인 보좌관 없이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청렴함과 탈권위로 대표되는 스웨덴 정치인들은 이뿐 아니라 활발한 입법활동과 성숙한 토론문화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스웨덴의 정치문화 속에 우리 사회가 주목할 만한 공론화 모델이 50년째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고 누구나 원하는 의제로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Almedalen week)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가 열리는 스웨덴 고틀란드를 찾아 프로그램 리더인 ‘미아 스투레(Mia Stuhre)’로부터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기원과 작동원리, 스웨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웨덴 고틀란드 알메달렌 공원.
    스웨덴 고틀란드 알메달렌 공원.
    알메달렌 사무국에서 프로젝트 리더인 미아 스투레(왼쪽)와 중앙당 지역정당 대표로 일하는 에바 알린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알메달렌 사무국에서 프로젝트 리더인 미아 스투레(왼쪽)와 중앙당 지역정당 대표로 일하는 에바 알린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알레달렌 정치박람회의 역사=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매년 6~7월 8일간 스웨덴 내 모든 정당과 정치인, 각계각층 인사,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 언론, 기업, 일반 시민이 스웨덴의 섬 고틀란드 비스뷔 알메달렌 공원에 스스로 모여 자유주제로 연설하고 토론하는 행사다.

    스웨덴 내 8개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저마다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 자리를 통해 스웨덴 국가적,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논의되기도 하고 의견수렴이 이뤄지기도 한다. 또 다양한 성격의 단체와 개인이 참여해 각 분야의 각종 이슈를 주제로 의견을 나눔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거나 더 나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장이 펼쳐진다.

    스웨덴 총리를 두 번 지낸 사회민주당 올로프 팔메(Olof Palme)가 지난 1968년 고틀란드 알메달렌에서 자유 연설한 것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기원이다. 그는 섬머하우스(여름별장)가 있는 고틀란드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곳저곳에서 자유 연설을 했다. 특별한 형식이나 방법 없이 이뤄진 그의 연설은 점차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를 알리는데 역할했다. 팔메는 사회민주당 당수가 되고 정부에 입각한 후에도 매년 알메달렌에서의 연설을 이어갔다.

    팔메의 연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자 타 정당 정치인들도 알메달렌으로 찾아와 연설에 가세했다. 이들은 연설을 통해 저마다 정당의 이념과 활동상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하거나 정치적 사안으로 논쟁을 펼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사회민주당 외 스웨덴의 다른 정당도 알메달렌에서의 자유 연설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1982년부터는 8개 정당이 모두 함께했다.

    이후 정당뿐 아니라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이익단체, 언론, 노동자, 학생 등 참여 범위가 확대됐고 1994년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 조직화됐으며 2019년,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운영=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스웨덴 8개 정당의 고틀란드 지역당이 주최하고, 고틀란드 주정부가 주관한다. 지역당이 조직위원회를 구성, 행사를 조직해 중앙당을 비롯해 전국 당원을 초대한다. 고틀란드 주정부는 행사가 열리는 공간과 교통, 보안, 안전, 청소, 전체 프로그램 일정 조정 및 관리 등을 책임진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는 기반을 제공, 관리할 뿐 어떤 제재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올라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가 지난 1982년 스웨덴 고틀란드 알메달렌공원에서 연설하는 모습./알메달렌사무국/올라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가 지난 1982년 스웨덴 고틀란드 알메달렌공원에서 연설하는 모습./알메달렌사무국/
    지난 7월 스웨덴 고틀란드에서 열린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연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알메달렌 사무국/지난 7월 스웨덴 고틀란드에서 열린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연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알메달렌 사무국/

    행사가 열리는 8일 동안 8개 정당은 의석 수나 당의 세력과 상관없이 순서대로 같은 시간을 할당받아 연설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녹색당, 보수당, 좌파당, 자유당, 중앙당, 사회민주당, 기독민주당, 스웨덴민주당 순으로 연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당 대표나 당원이 연설한다. 이들은 정치적 활동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이나 대안을 발표한다. 또한 당의 미래비전과 계획을 시민과 유권자들에게 알린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틀이나 규칙 없이 자유롭게 타 정당·지역 정치인, 시민, 유권자와 소통한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사무국에서 일하는 정당 대표자들은 특정기간에 많은, 다양한 사람과 만나 정치를 비롯한 이슈를 놓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중요성과 우수성으로 꼽았다.

    중앙당 소속인 에바 알린(Eva Ahlin)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정당에서 일하는 입장으로서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또 “보통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고, 선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유당 소속 클래스 나이셀(Claes Nysell)은 “알메달렌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토론은 언젠가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참고하는 힌트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알메달렌 위크 기간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단체, 노동자단체 등 다양한 비영리단체와 학생, 일반시민, 기업 등이 알메달렌 공원, 카페, 학교, 거리 등 고틀란드 곳곳에 저마다 소통의 장을 열고 스스로 정한 의제를 놓고 토론한다.

    주최나 주관이 정하는 행사의 테마는 없고 정치, 사회, 환경, 교육, 건축, 민주주의 등 36가지의 범위만 나뉘어져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린 올해 행사에는 8개 정당과 1650개 단체가 참여했다. 행사 기간 중 연설 청취자는 1만1500명, 각 단체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은 4만2000명가량, 고틀란드를 방문한 사람은 1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550개 단체가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고틀란드를 찾아오는 사람 뿐만 아니라 스웨덴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이름나 있다. 행사에 언론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지만 전 일정이 언론을 통해 스웨덴 전국에 생중계되기 때문에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국민들도 알메달렌에 애정을 갖고 있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배울 점= 프로그램 리더인 미아 스투레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가 스웨덴 사회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표현했다. 정치·사회·경제·문화예술·환경적 문제나 이슈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을 끌어내고 제한없이 접근 가능한 정보와 열린 토론의 장을 통해 공론화와 숙의, 민주주의 등이 실현된다는 점이 바로 알메달렌 정치박람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스웨덴 사람들은 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고틀란드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생중계나 보도를 통해 스웨덴의 시대적 이슈를 접하고 이에 대해 함께 숙의하고 자신의 의견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또한 생활 속에서 공론화와 숙의민주주의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미아는 지난해 스웨덴 말뫼에서 다른 2개의 교육 관련 단체가 알메달렌에 왔는데 같은 고민을 나누고 의논한 뒤 말뫼로 돌아가 새로운 더 나은 단체를 만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1년에 51주 동안은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사람들만 만나고 소통하지만 알메달렌 위크에는 타 지역 각계각층 사람과 새로운 소통을 할 수 있고 참여자들이 입을 모은다”며 “성과를 일일이 열거하거나 측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민주주의 축제를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좋은 모델로 여겨 따라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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