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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충무김밥과 다찌, 우짜의 흥망- 김성호(거제통영본부장·차장)

  • 기사입력 : 2019-11-24 20: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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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가 몇 있다.

    우선 충무김밥이다. 김과 밥이 전부인 이 김밥은 그 심플하고 쇼킹한 비주얼에도 통영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1950~1960년대 충무김밥은 젊은 주먹들의 이권사업이었다고 한다. 여수나 부산 혹은 마산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통영항으로 들어오면 김밥 모판을 어깨 위로 든 젊은이들이 배에 올라 승객들을 상대로 갱지에 싼 김밥과 꼬치에 끼운 홍합이나 오징어무침 등 반찬을 함께 팔았다.

    여수 출발이든 부산 출발이든 통영항에 도착하는 시간은 딱 점심때여서 출출한 승객들에게 충무김밥은 없어서 못 파는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독과점 상품이었다.

    통영 하면 다찌도 빼놓을 수 없다. 다찌는 어떤 안주가 나오든 주인에게 맡기는 통영만의 술 문화다. 마산의 통술이나 삼천포의 실비 역시 이름만 다를 뿐 계산 방식은 다찌와 같다. 아마도 단골들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안주 하나하나에 값을 매겨 돈 받는 게 야박하게 느껴져 생긴 옛날식 셈법일 것이다. 또 철마다 바뀌는 식재료 때문에 항상 똑같은 메뉴를 낼 수 없던 시절 자연스럽게 생긴 계산방식일 수도 있다. 어쨌든 랜덤 안주에 술값을 ‘퉁’쳐서 받는 이 계산법은 통영 수산물의 명성과 결합하면서 관광객들이 체험해야 할 1순위 먹거리 문화가 됐다.

    뜨다 만 먹거리도 있다. 우동과 짜장을 한 그릇에 담은 ‘우짜’가 대표적이다.

    우짜는 멸치로 맛을 낸 어묵 국물에 우동사리를 풀어 채 썬 단무지를 올려주던 옛날식 싸구려 우동에 짜장소스를 한 국자 더한 통영만의 길거리 음식이다. 서호시장과 항남동 등 술집거리 인근의 포장마차에서 빠지지 않던 메뉴였다. 지금은 1~2 곳의 가게에서 메뉴로 남아있는 정도다. 어떤 이유에선지 ‘우짜’는 먹거리로서의 생명력을 다해 가고 있다.

    지금 관광객에게 잘나가는 충무김밥과 다찌도 어쩌면 위험한 상황일지 모른다. 소위 ‘창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충무김밥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넘쳐난다. 김밥 8개에 오징어와 어묵무침, 석박지, 시락국 세트가 5000원이다. 인터넷 후기에는 두 명이 3~4인분은 시켜야 요기가 되는 양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다찌 또한 술병으로 값을 받던 옛날식 계산법에서 한상 기본가격을 깔고 추가할 때마다 안주가 더 나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마치 코스 요리와 같은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본 가격은 비싼데 먹을 만한 것은 없고 가짓수만 채우더라는 얘기가 나오곤 한다. 통영 토박이 술꾼들이 먼저 알고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반다찌다. 음식 가짓수와 가격을 반으로 줄인 반다찌가 토박이 술꾼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먹거리가 뜨고 질까. 통영 먹거리의 흥망이 묘하고도 재미있다.

    김성호(거제통영본부장·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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