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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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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신문광고 다시보기] 경남대 대상 사과 광고 낸 연세대

(5) 광고 속 우리고장 이야기·<끝>
지금은 잊힌 그때 그 시절 이야기

  • 기사입력 : 2019-11-19 2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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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 4월 3일. 이날 경남매일(현 경남신문) 신문 7면 광고란에는 ‘해명서’라는 제목의 광고가 하나 실립니다. 광고주는 서울 연세대였고, 광고 내용 마지막에 “마산시민과 경남대학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4월 3일을 전후로 당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사건 발단은 그해 3월 24일자 연세대학교 학보 ‘연세춘추(제9권 제870호: 4면)’에 실린 ‘4·19 불붙었던 마산, 이제는 퇴폐적 유흥도시로’라는 제목의 르뽀(르포) 기사였습니다. 4월 1일 경남대에서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이날 경남대 국어과를 주축으로 대학 본관 앞에 모인 200여명의 학생들은 해당 기사가 마산의 대학생과 마산시민들을 모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성토대회는 열렸고 그 수는 100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3일 마산대에서도 학생 500여명이 성토대회를 가졌습니다. 연세대는 3일자 경남매일에 해명 광고를 냈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4일 경남대학생 2000여명은 성토대회를 가진 뒤 거리로 나서 연세대에 “해명이 아닌 공개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마산시내 기관장들도 마산시장실에 모여 ‘4·19의 숭고한 뜻이 깃들인 항도 마산을 모독했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향토민들의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대표자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바로 직전 해인 1979년 10월 유신독재 철폐를 외치며 불의에 항거했던 마산시민과 학생들은 이 기사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8일 연세대 부총장 등이 경남대와 마산시를 방문해 공식 사과함으로써 이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하나의 옛 신문광고로 시작해 옛 기사를 뒤적이다 제가 몰랐던 우리 고장의 이야기를 알게 됐습니다. 다만, 이때 거리로 나선 학생들을 인터뷰한 기사가 없어 이들의 구체적인 심정을 알기 어려워 아쉬웠습니다. 제가 당시 학생이었던 분을 찾아나서거나 그분이 제게 연락해오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옛 신문광고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도민 개개인이 간직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삼양식품㈜에서 경상도에서만 출시했다던 ‘가야면’이나 동남냉동식품주식회사의 동남하-드를 처음 맛본 기분은 어땠는지, 마산돝섬해양유원지·동물원에서 열린 써커스(서커스)는 TV·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다이내믹했는지, 성격 개조 지옥훈련이라는 어마어마한 훈련을 받고도 생존(?)한 이들은 과연 그 효과를 톡톡히 봤을지, 자사 상표를 도용하고 학습지를 무단 복제한 이들을 향한 아이템풀의 공개 경고에 솔직히 뜨끔했던 이들은 누구일지, 죽음의 바다로 불렸던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일반 시민들은 갯벌이 생기고 새들이 찾는 지금의 마산만을 보며 감회가 어떨지, 도청이 부산에서 경남으로 돌아왔을 때 심정은 어땠는지.

    옛 신문광고로 독자님들이 잊고 있던 추억, 또는 그 시절은 몰랐지만 새롭게 다가왔던 갬성 등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비록 제가, 지난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매년 엄청난 수의 일본인들이 가출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인구 1억2800만명의 일본에서 갑작스럽게 ‘증발한’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나선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스테판 르멜 부부처럼 도민 한 분 한 분을 찾아나서진 못하지만, 늘 독자님들의 연락을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 신문광고를 통해 떠오른 추억, 또는 샘솟은 갬성을 알려오고 싶은 분들은 해당 기사에 댓글, 경남신문사로 우편, 담당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오신 분들께는 1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옛 신문광고로 만든 엽서를 보내드립니다. 〈끝〉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진자료= 국사편찬위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경남신문 자료 캡처)

    1980년 4월 3일자 7면 사진. 연세대 학보 르뽀(르포) 기사에 분노한 경남대 학생들이 항의농성을 하고 있다.
    1980년 4월 3일자 7면 사진. 연세대 학보 르뽀(르포) 기사에 분노한 경남대 학생들이 항의농성을 하고 있다.
    연세대 해명서
    1980년 4월 3일 경남매일(현 경남신문) 신문 7면 ‘해명서’라는 제목의 광고.
    1982년 성격개조 지옥훈련.
    1982년 성격개조 지옥훈련.
    1973년 동남하-드.
    1973년 동남하-드.
    1983년 진주·마산방송국 KBS2TV 송출 개시.
    1983년 진주·마산방송국 KBS2TV 송출 개시.
    1988년 최신전화교환학원.
    1988년 최신전화교환학원.
    1982년 경상도의 맛 ‘가야면’.
    1982년 경상도의 맛 ‘가야면’.
    1986년 6월 4일자 12면 마산 돝섬 써커스. 마산돝섬해양유원지 동물원.
    1986년 6월 4일자 12면 마산 돝섬 써커스. 마산돝섬해양유원지 동물원.
    환경가꾸기 캠페인 ‘마산만을 살립시다’ 광고(왼쪽부터 날짜 순). 1987년 4월 8일자 11면, 1987년 4월 9일자 10면, 1987년 4월 10일자 10면, 1987년 4
    환경가꾸기 캠페인 ‘마산만을 살립시다’ 광고. 1987년 4월 8일자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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