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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매달 일어나는 일가족 극단선택-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11-13 20: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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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경기도 의정부시 한 가정에서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50대 아버지는 중학생 아들만 남겨두고 아내, 딸과 함께 숨졌다. 생활고였다. 사업 실패로 아내가 버는 한 달 수입 150만원으로 가족이 버텼지만 그보다 많은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5월 5일 어린이 날에는 경기 시흥의 한 농로에서 동갑내기 부부(35)와 아들(4), 딸(2)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장인 A씨는 빚으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파산 신청으로 매달 80만원씩 변제를 해오다 결국 일가족 비극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일가족 동반자살이 부쩍 늘어났다. 거의 매달 한두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동반자살한 수는 어림잡아 60명 선에 이른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도내에서는 김해·거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반비극이 2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초등학생이나 4~5살 정도의 자녀들과 아내를 동반한 채 숨졌다.

    충남 공주에서도 일가족 4명이, 부산서도 일가족 3명이, 전남 여수에서도 일가족 4명, 앞서 언급한 어린이 날에도 어린이를 포함한 4명, 인천서도 부부가, 제주와 대전에서도 일가족 각 4명이, 경기도 의왕시에서도 일가족 4명이, 서울 성북구에서 4모녀 사건 등등 대개 채무로 힘든다는 유서를 남긴 채 매월 세상을 떴다.

    동반자살을 포함한 자살률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많다. 외환위기의 어려운 시기가 시작된 이듬해 98년에는 자살률이 10만명당 18.4명(8622명)꼴에서 지난해 26.6명(1만3670명)꼴로, 58%(5048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최하위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거의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분기에 월평균 소득이 132만5000원으로 전년동기와 변함이 없었고, 최상위 20%의 고소득층만 수익이 942만6000원으로 3.2% 증가해 소득격차를 더 벌렸다. 최하위 영위자는 이 소득으로 줄 것 주고 부양 가족을 먹여 살린다면 거의 절망적인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에 막대한 세금을 붓고 있어도 오히려 사회는 나아지지 않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냥 놀고 있는 젊은이만 해도 217만명에 이른다. 이들 외에 직장을 그만두고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은 경기 흐름에 하루하루 외줄을 타고 있다. 이들은 종업원을 고용하기보다 가족체제로 운영하는 관계로 젊은이들마저 아르바이트 찾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건물마다 임대를 써 붙여 놓았고 그 수가 부쩍 늘어났다.

    요즘 세상 살기 참 어렵다.세상이 공정하고 공평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심리적인 공정함마저 흐려진 느낌이다.

    우윳값 25만원을 내지 못해 지금 어느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가족 극단선택이 흔한 뉴스거리가 되고, 관심조차 받지 않는다면 분명 잘못된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반서민들이 붕어, 가재로 비유됐다.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 하니 얼마나 많은 붕어, 가재들의 가족이 희생될지 참말로 우려스럽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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