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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5년… 경남형 지원사업은?

문화예술 일자리 디딤돌 되다

  • 기사입력 : 2019-11-05 2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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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예술계는 ‘자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예술인에 대한 국가, 사회적 지원은 대부분 창작준비금에 치중돼 왔다. 책이나 전시 등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갈등이 생겨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문을 열었다. 이들은 예술인의 권리를 위해 생활안정자금(융자)이나 사회보험료 지원, 의료비 지원, 자녀돌봄지원 등을 시작하며 예술인들의 자립과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路’이다.

    경남에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사업을 공모해 올해 개소한 진흥원 산하 경남예술인 복지센터가 이를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며 싹을 틔우고 있다. 경남형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진척과정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이란?= 지난 2014년부터 예술인을 기업·기관에 파견해 기업·기관이 필요로 하는 예술활동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술인들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또는 1인 기업, 또는 사회복지재단이나 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로, 마을이나 농촌으로 ‘파견’된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예술인들에게 예술적 재능을 활용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또한 기업은 예술인의 창의성을 활용한 혁신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예술인과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이다.

    사업 시행 5년간 우수 사례도 많다. LG전자의 경우 폐휴대폰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환경안전 캠페인에 예술인이 참여해 폐휴대폰 수거율이 2.5배 늘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예술인이 국악으로 캐럴음악을 제작해 배포했으며 더페이스샵은 화장품 사용 후 공병을 화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함께 씨앗, 흙, 모종삽이 포함된 세트를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헌 옷 등으로 만든 인형 ‘릴라씨’를 활용해 연극놀이와 조형물 전시로 나눔과 업사이클링 등 매장이 가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로 활용했다.

    ◇경남은?= 5년간 이 사업에 기업은 총 1167개, 예술인은 386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경남은 참여가 미미하다. 2014년엔 아예 없었고 2015년엔 1개 기업·기관과 예술인 4명이, 2016년엔 1개 기업·기관과 예술인 13명이 사업을 수행했다. 2017년 13개 기업·기관과 9명이, 2018년엔 8개 기업·기관과 7명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5년 동안 서울지역은 544개 기업·기관과 2271명의 예술인이 사업에 신청해 각각 57.7%, 58.9%에 달하지만 경남은 같은 기간 2.87%, 0.85%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남은 올해부터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지자체가 나서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문을 연 경남예술인복지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경남의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청년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도내 거주,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 예술인과 도내 기업(기관)이 협업하는 프로젝트사업이다.

    지난 5월 본격화된 이 사업은 현재 창원 6곳, 거제 1곳 등 7개 기업(기관)과 예술인 8명, 퍼실리테이터 2명이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거제지역 파견지원사업 참여기업과 예술인들이 협업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경남문화예술진흥원/
    거제지역 파견지원사업 참여기업과 예술인들이 협업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형태= 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예술인은 짧게는 5개월, 최대 7개월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근무시간은 월 최소 10일 이상, 40시간 이상, 기업의 현장과 자택에서 프로젝트 활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활동하면 퍼실리테이터는 월 130만원, 참여예술인들은 월 120만원의 활동비를 프로젝트 기간 지원받는다.

    특히 매월 활동보고서를 제출하면 돼 다른 공모사업과 달리 사업비 정산에 대한 부담이나 제약이 없다. 참여기업(기관)은 협업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비용과 필요에 따라 참여예술인에게 교통비와 식사 등을 별도 지원 가능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협업 프로젝트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예술인과 기업(기관)의 간담회, 저작권 교육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 예술인의 비예술분야 활동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마케팅, 예술의 공공성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거제지역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예술인이 참여기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거제지역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예술인이 참여기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파견사업에 참여하는 청년예술인 A씨는 “활동지원금이 매월 지원돼 금전적인 부문에 도움이 되고 기존에 하던 예술 활동이 침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서 좋다”며 “주로 혼자 하던 작업을 하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작업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다른 예술인, 기업들을 만나고 소통하니 작품 활동에서 느끼는 보람과는 또 다른 성취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경남은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을 5개 유형으로 기획했다. 기업 내 문화공간 조성과 상품개발 및 서비스의 기획, 기업의 홍보·마케팅,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등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문화예술 체험교육과 도시재생 문화예술기획, 사회공헌활동, 홍보마케팅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거제지역은 체험마을을 찾은 관광객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종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기업과 예술인이 기획·운영하고 있다. 창원에서는 예술인이 도시재생을 위한 각종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문화살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장에 참여하는 예술인은 기업·기관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에서부터 홍보마케팅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협업 프로젝트의 활동 결과는 오는 12월 진흥원과 예술인,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보고회를 통해 공유될 예정인데, 결과자료집으로도 발간된다.

    지난달 진흥원은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참여예술인, 참여기업(기관)의 간담회 등을 통해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공유하며 예술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특히 예술인과 기업 담당자들은 파견사업에 예술인과 기업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예산확보 등 경남도와 진흥원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퍼실리테이터, 참여기업, 예술인들이 경남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퍼실리테이터, 참여기업, 예술인들이 경남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파견지원사업 참여 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추진하는 각종 행사나 홍보지 발행 등을 예술가들과 협업해 진행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기업과 예술인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가와 과제= 경남형 사업이 올해 처음 발을 내디딘 만큼 긍정적 평가와 풀어야 할 과제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예술인을 위한 복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만큼 경남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인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삶의 터전인 경남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일자리사업의 좋은 본보기로 평가받는다. 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인 B씨는 “예전에 기업체와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파견사업은 장기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업의 사업 추진과정, 기업 내 분위기 등을 좀 더 깊이 알게 됐다”며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대상 지원사업들이 경남에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짝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청년예술인들의 활동 영역 확대를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제도가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남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는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에 터를 잡아 활동하려면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예산은 1억원으로, 이는 한 해 10명의 청년예술인을 지원하기도 빠듯하다. 더 많은 청년예술인들이 혜택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경남도와 도의회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편중도 타개해야 한다. 현재 창원 기업과 기관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지역에 예술인들이 파견되고 경남 곳곳에서 예술인과 기업들의 예술적 프로젝트가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을 맡고 있는 진흥원에서는 청년예술인들의 참여를 넓히고 기업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에 힘써야 한다.

    윤치원 진흥원장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예술의 사회적 가치확산을 위해 기획된 이 사업은 경남의 청년예술인들이 경남을 떠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청년예술인들이 예술 외의 분야에서도 활동영역을 넓히고 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내년에도 많은 청년예술인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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