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의료칼럼] 올바른 예약 문화를 위해

  • 기사입력 : 2019-11-04 07:57:57
  •   

  •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인간 대 인간, 혹은 인간 대 사회 간에 이루어지는 약속은 인간관계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다. 약속과 합의, 이에 따른 이행,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신뢰와 관계를 쌓고 동시에 가끔은 신임을 잃기도 한다. 이처럼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유명 세프들이 TV에 나와서 ‘NO SHOW’(노쇼)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필자도 분야는 다르지만 예약 진료를 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노쇼는 예약을 했는데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 행위를 말한다. 주로 항공업계에서 예약과 발권을 마치고도 탑승 수속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하다가, 최근에는 예약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서비스업계에서 널리 사용한다.

    노쇼는 병원 경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의사들은 또 다른 면에서 걱정이 앞선다. 펑크 난 예약시간에 적절한 치료나 검사,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예약을 잡지 못해 피해를 받는 것을 우려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분야의 진료에서는 검사나 상담, 시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정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착순으로 예약 진료를 하고 있는데, 시술이나 검사를 예약해두고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진정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 때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노쇼 대책으로는 선(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고객의 개인정보를 미리 요구하는 방법, 혹은 수차례 노쇼를 한 고객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게 하므로 자연스레 예약부도율은 낮출 수 있으나,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유용할 뿐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예약대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전에 예약이 취소된다면 그 다음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적어도 3일, 아니 하루 전이라도 변경 연락을 주어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식의 변화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예약부도를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이유는 취소하는 과정이 번거롭거나 취소 상황이 민망하고 사유를 설명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작은 귀찮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약속을 하고 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한다. 의식수준은 남을 위한 배려와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고칠 수 있다.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와 같은 태도를 버리고 각자가 약속의 무게에 대해 책임지고 행동하는 공동체가 될 때 비로소 올바른 예약문화 개선이 이뤄진다.

    윤상호 (창원 다니엘피부성형외과 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