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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선과 아집의 역사- 통치자의 욕심이 나라를 망친다

권력에 눈먼 지도자들은 한 나라를 어떻게 망쳤나
3000년간 이어진 우매한 정치권력자들 소개

  • 기사입력 : 2019-10-25 07: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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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국방성 앞에서 벌어진 반베트남전 시위.
    미국 국방성 앞에서 벌어진 반베트남전 시위.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고 있는데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다. 지금도 3000~400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한 말이다. 인공지능이 창조됐고 엄청난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만큼은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정치를 ‘바르게 하는 일(政者正也)’로 규정했던 공자나 정치(Politics)를 ‘폴리스(Polis)에 관한 일’, 즉 공동체의 일로 여긴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얘기가 현재도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통치자 또는 통치 그룹의 판단과 선택은 국가와 국민의 삶과 운명을 좌우한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할수록 정치 리더의 생각과 역량 여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역사 현실에서 지혜로운 통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통치자의 실패가 국가의 실패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교훈이야말로 국가 운영의 방향과 정치적 성공을 이끄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퓰리처상을 두 번 받은 기자 출신 작가이자 역사저술가인 저자 바바라 터크먼은 이 책을 통해 3000년 동안 이어진 우매한 정치 권력자들, 즉 ‘바보들의 행진’(The March of Folly)을 다룬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여망에 반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 어리석은 통치자들을 크게 네 부류로 밝히고 있다.


    첫째 사례, 트로이 목마는 아둔함의 원형이자 무지와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신과 인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트로이전쟁은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로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파멸을 자초하고 말았다. 둘째 사례, 르네상스시대의 교황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했다. 황혼이 깃든 중세, 밝아오는 근대의 여명 앞에서 개혁을 거부하고 쾌락과 타락의 권력을 휘둘렀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재촉했다. 셋째 사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18세기에 광대한 신대륙 식민지 미국을 잃었다.

    대영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식민지 신민들이 일으킨 미국독립전쟁은 영국 의회의 어리석은 독선의 산물이었다. 넷째 사례, 베트남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고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처절한 패배는 세 대통령 케네디, 존슨, 그리고 닉슨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케네디의 판단 착오에서 싹텄고, 전쟁의 광기에 휩싸인 존슨, 여기에다 닉슨과 그의 참모들은 아집과 독선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베트남전쟁이야말로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 그룹의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인 셈이다. 터크먼은 베트남전쟁을 ‘바보들의 행진’의 집단 모델로 부각시켰다.

    저자는 이처럼 통치자 레벨, 즉 정치 엘리트층의 실정의 분석과 해명을 통해 독선과 아집의 역사를 밝히려 시도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정치적 위기는 통치자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 리더에 대한 대중의 영합과 공모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적 차원의 집단적 어리석음과 상호 증오감 등이 정치 엘리트층의 독선과 아집을 부추기기도 한다.

    시대착오적인 이념 편향성, 선악의 이분법적 가치 판단, 그릇된 신념과 편집성, 탐욕 등의 도착(倒錯)된 행위는 정치 엘리트층에서나 대중적 차원에서나 모두 독선과 아집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정치 영역과 국정 운영에서 공화주의의 규범과 실천의 문제가 새롭게 모색돼야 하며, 그와 더불어 ‘시민적 덕성(civil virtue)’을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바바라 터크먼 지음, 조민·조석현 옮김, 자작나무, 1만8000원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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