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경남시론] 정신장애인과 사회안전에 대하여- 이혜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9-09-17 20:27:58
  •   

  •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되자 후보자 시절 제시했던 정신질환자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제시했던 대책은 범죄자 중 사회에서 생활하도록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대상자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면 이 정보를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제공해 치료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인 ‘정신건강보건소’는 사례관리 담당자 1명이 평균 70명 내지 1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근무자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범죄를 저지른 환자들까지 맡을 만한 여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 ‘진주시 방화 살인사건’으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 관리의 허점이 지적되면서 최근 시급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들과 정신질환 전문가들은 2017년 5월 30일 개정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의 폐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비자의 입원(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여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 즉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입원 대상으로 하고, 보호 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진단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입원요건을 개정한 것이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위해 기존 시설수용 위주에서 탈수용화를 유도하고 있어 환자는 치료 기회를 잃고 사회는 범죄행위에 노출이라는 부담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신질환자들은 강제입원율이 해외는 3~30%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90%를 넘는 점을 지적하고, 인권침해를 문제로 들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나 WHO의 인권 기준에 비추어 강제입원, 강제치료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고, 장애인복지법상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용 예외를 폐지해서 정신질환자도 정신장애자로 규정하여 동등한 수준의 복지 지원을 받기를 주장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최저임금제 적용, 보험가입 차별에 대한 상법규정의 삭제 등을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보호 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또한 강제입원의 기준이나 절차에 있어서 헌법상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년 사이 2015년 6300여건에서 2017년 8300여건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필자도 형사소송 업무를 하면서 조현병이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여럿 보았고 이들은 대개 치료를 중단한 후에 범행한 경우였다.

    우리 경상남도는 2019년 7월 11일 ‘경상남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고, 지난 5월 경남지방경찰청 및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고위험 정신질환자 24시간 위기대응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과 시행, 위기대응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사회분위기의 조성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OECD ‘더 나은 삶’ 지수는 2017년 38개국 중 29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우울증, 불안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늘고 있고 정신적 장애들이 범죄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신체장애와 마찬가지로 정신장애로 인식해야 할 것이고, 혐오할 대상이 아니라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 및 자기결정권 존중’과 ‘국민들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의 조화로운 타협이다.

    이혜영(변호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