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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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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60) 제24화 마법의 돌 160

“저도 술 한 잔 주세요.”

  • 기사입력 : 2019-09-02 08: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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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란은 얼굴은 미인이 아니지만 노래를 잘 불렀다.

    “크게 다르지 않네. 기생들은 우리나라가 더 예쁘고… 예쁜 여자들은 전부 요정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네.”

    김태준이 기분이 좋아 웃었다. 이재영도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 영란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 이재영은 영란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때마다 그녀의 간드러진 노랫소리에 감탄했다.

    “저도 술 한 잔 주세요.”

    노래를 마친 영란이 이재영에게 와서 냉큼 무릎에 앉았다.

    “어머머, 얘 좀 봐. 어디에 앉아?”

    연심이 영란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내가 사장님께 술 한 잔 얻어먹으려는데 왜 그래?”

    영란이 눈을 흘겼다. 이재영은 영란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럼 잠깐 나갔다가 올 테니까 그 동안 잘 모시고 있어라.”

    연심이 밖으로 나갔다. 여자들은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울 때 자리를 비운다.

    “연심이를 전에 본 적이 있네.”

    김태준이 이재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연심이를 우리 대학교수인 백민이라는 사람이 좋아했어.”

    “백민?”

    “시인이야. 둘이 꽤 좋아했어.”

    “백민은 어디에 있나?”

    “만주에 갔는데 그 뒤에 소식을 듣지 못했어.”

    이재영은 상관하지 않았다. 기생은 노류장화, 길에 핀 꽃이니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누구나 꺾을 수 있다.

    연심이 자리로 돌아왔다. 김태준은 연심에게 눈길을 자주 보냈다.

    ‘김태준이 연심에게 마음이 있군.’

    이재영은 속으로 웃었다. 김태준이 연심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도 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술자리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재영은 일홍을 김태준에게 딸려 보냈다.

    이재영은 이튿날 허정숙을 데리고 광나루로 나들이를 갔다. 5월이었다. 곳곳에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어 나부꼈다.

    “모처럼 나와서 너무 좋다.”

    허정숙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이재영은 광나루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태준은 요정 청운각에서 이재영과 술을 마시고 며칠 되지 않아 농림부차관에 임명되었다. 이재영은 신문을 가지고 청운각으로 갔다.

    “어머, 이 사람이 차관이 되었어요?”

    일홍과 연심이 신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후 4시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요정은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했다. 기생들은 화장을 하고 악사들은 악기 연습을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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