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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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들 “드디어 휴가 갑니다”

‘택배 없는 날’ 캠페인 전국적 확산
도내 기사 170명 16~17일 휴가 결정
“단순 휴가 아니라 안전 노동 권리”

  • 기사입력 : 2019-08-12 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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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는 꿈도 못 꿨고요, 여성 택배기사라 일요일에는 집안일 하고 애들 뒤치다꺼리 하면 정신없이 지나가 쉬는 날이 아니었어요. 그러니 국민들께서 이번 택배 없는 날을 지지해주시고 택배노동자들 쉬라고 배려해주시는 게 황송하죠. 가족들과 첫 휴가 스케줄도 잡으면서 다들 들떠 있습니다.(김옥정·45·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 경남투쟁본부는 경남본부에 속한 택배기사 170명이 오는 16, 17일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휴가는 앞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근무여건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2개월 전부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에서는 8월 13, 14일 온라인 주문을 하지 않음으로써 8월 16,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택배기사들에게도 휴가를 주자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전국 택배기사들이 택배 없는 날을 요청하게 된 까닭은 그간 휴가를 꿈꿀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는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고, 차량 도색도 통일해 택배회사 소속 노동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사업자로 택배회사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특수형태노동종사자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택배대리점과 맺은 계약으로 해당 구역의 택배물량들을 매일같이 처리해야 해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배송물량을 동료들이 십시일반 나누거나 자신의 인력보다 비싼 인력을 구해 자리를 채우고 떠나야 했다. 택배기사들은 동료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금전적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에 휴가를 며칠씩 가는 것이 어려워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누적돼 왔다고 말한다. 지난주에도 회원터미널에서 택배기사가 택배분류 작업 중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이번 택배 없는 날은 8월 휴가기간에는 평소보다 택배물량이 적으며, 15일이 광복절로 공휴일이고, 16일은 공휴일 다음날로 택배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 택배고객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택배기사들의 휴가를 가능케 하겠다는 생각에 택배연대노조 등에서 나서 전국적으로 캠페인이 벌어졌다. 생물 등의 긴급성 상품은 회사의 직계약 기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택배회사는 기사들의 휴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쇼핑몰이나 택배서비스를 받는 시민들의 택배 없는 날 지지가 이어지며 도내 일부 택배기사들의 이번 휴가는 택배노동자 전체 근로여건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 경남투쟁본부 황성욱 본부장은 “각 터미널별로 실시한 휴가관련조사 결과 도내에서도 80% 이상이 휴가를 가고 싶다고 밝혀 조합원이 아닌 택배기사들도 휴가를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택배회사에 눈치가 보여 못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올해 택배 없는 날 캠페인은 단순 휴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택배종사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와도 직결되어 있는 초석같은 것으로 ‘택배법’이라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보이며, 내년에는 경남의 더 많은 택배기사들이 휴가를 보장받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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