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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두언 전 의원의 유산-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07-24 2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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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 김해본부장·국장

    떠난 뒤에야 한 사람에 대한 제대로 된 세평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지난 16일 스스로 세상을 등진 한 정치인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수 논객으로 유명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얘기다. 그의 갑작스런 비보에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졌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등 최고위직을 거치지 않은 한 보수 정객의 죽음에 이처럼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애석한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이는 그만큼 정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이나 방송사 논객으로 지낼 때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두루 소통하면서도 소신 있게 행동과 말을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언을 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이었으나 상왕으로 불리던 대통령 형을 공개적으로 탄핵하다 권력에서 밀려났고 한참 후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돼 10개월간 구속수감되는 고통을 겪었다. 비록 나중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수감 당시 절망감이 지병인 우울증을 더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무죄 확정 후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6500만원 전액을 기부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2016년 총선에서 낙선하자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 시도까지 했고, 그 무렵 이혼의 아픔까지 겪기도 했다.

    그는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방송 논객으로 지낼 때는 모두까기식 촌철살인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보수논객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한때 자신의 주군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정없이 저격해 보수층 일각으로부터는 ‘배신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촌철살인 비판과 소통의 정신은 정파를 뛰어넘어 인정받아 연초 현 정부로부터 주중 대사직을 제안받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이 갑자기 떠나자 그의 마지막 방송 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숨진 당일 오전 방송된 SBS 라디오 생방송에서 그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면서 국회의원 시절 한미FTA 체결 때 겪었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한미FTA 당시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망했나. 미국이 재개정을 하자고 했다. 지나가면서 반성하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며 “(당시) 모 신문에서 (자신이 포함된) 한미FTA 찬성 의원 사진을 1면에 실었다. 교회를 갔더니 젊은 애들이 ‘의원님 창피하지도 않습니까?’라고 하더라. 그때 이것 때문에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음식점에 가서도 ‘나가라’는 소리 듣고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차분하게 논의돼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이번에 한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수 진보 얘기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여야에 일침을 놨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나라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현 상황을 불러왔다면서 현 정부 책임론을 펴고 있고, 여권은 야권이 사실상 일본 편을 들고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특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야권의 정부 비판에 대해 ‘매국’, ‘이적’, ‘친일’ 용어까지 사용하며 반격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의 마지막 방송처럼 여야가 정파를 떠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차분히 위기를 극복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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