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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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때마다 男조장에 보고” 분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김해지역 모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노조 회견서 고발
“연차·휴식시간 제한 등 감시 도 넘어”

  • 기사입력 : 2019-07-16 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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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에 가려면 남자 조장에 일일이 보고해야 했습니다. 조장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화장실에 누가 갔는지, 화장실에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도 체크했습니다.” 김해지역 모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한 여직원의 말이다.

    이 여직원은 “볼일을 보는 것이 불편해지고 자꾸 참고 넘어가다 보니 결국 급성방광염에 걸렸다”고 했다. 이 회사 다른 여직원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며 “나이가 한참 어린 남자 조장에게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보고를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 정말 수치심이 느껴졌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에 따르면, 같은 이유로 방광염 등 관련 질환에 걸린 40대 여직원만 모두 5명이다.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 회사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과 1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지침으로 근무시간 화장실 사용 보고를 강요받거나 사생활과 인권침해를 당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의 괴롭힘이 비단 화장실 보고 등에 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는 상세히 연차 사유를 기술하도록 해 개인의 치부를 드러낼 것을 강요하고 실질적으로 연차 사용을 제한했으며, 작업 중 휴식시간이 10분임에도 불구하고 7분에 예비 종을 울려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제한하고 현장에 밀어 넣었다. 관리자들의 감시행위도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문제시한 지침은 사측이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이다.

    이 지침에 근무지 이탈 금지 조항으로 화장실 이용 및 흡연, 기타 개인사유 근무지 이탈이 불가하며 긴급 시 반장에 보고·승인을 받아야 하고, 반장의 부재 시엔 사후 보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은 항의가 거세지자 이달 5일부터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용토록 하고 근무태만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인사조치를 검토한다고 지침을 바꿨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준수해야 할 복무사항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은 기초 근무 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일반 사업장의 통상적인 노무지휘권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며 “회사는 직원들의 사생활 및 인권을 침해했거나 현재 침해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잡담을 나누거나 흡연을 하러 가는 등 근무지 이탈 사례의 핑계 대부분이 화장실 이용이었다. 생산성 향상 근무지침은 식사 및 휴게시간 준수, 근무지 이탈 금지, 업무지시 준수 등 관행적으로 지켜지지 않던 사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기본적인 질서를 바로잡자는 상징적 의미가 더욱 크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사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사측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지역에서 첫 번째 사례로 제기된 가운데, 다른 제조업의 사업장 역시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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