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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기초가 튼튼해야 국가가 든든하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07-15 2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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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광복 74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기초과학기술은 여전히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일본발 경제 규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기초과학 현실은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전자제품 하나를 만들지 못하고, 그나마 완성품의 품질검사는 대부분의 외국산 분석기기에 의존하는 이 답답한 현실에서는 진정한 광복의 의미가 안타깝다.

    부당한 경제 제재에 맞서 시민단체의 일본제품 불매, 여행 자제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그것이 우리가 받을 영향에 비해 일본경제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사태를 WTO 제소하고 국제 공조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 또한 경제 논리 속에 일본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최소한 2~3년 후에 판결이 나게 되어 그 동안 기업과 경제가 입을 손실은 불 보듯이 뻔하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각 나라가 농업만큼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유는 식량이 무기화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대사회는 기초과학기술이 무기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후 제국주의를 거치며 군사경제를 통해 기초부터 철저히 준비하여 현재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성과 위주의 경제개발로 기초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및 연구개발이 등한시되어 현재에 이르렀고, 이 기초과학기술의 수준이 일본발 경제 규제의 쓰나미로 다가왔다.

    이미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20여년 전부터 대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특히 수입의 다변화와 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대일 무역 의존도 탈피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도외시된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투자나 인재 육성은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 속에 지금 우리에게 이 답답한 현실을 맞이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활동하기 힘든 곳이라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특히 외국기업이 국내 투자를 위해서는 신물질의 개발 이후 판매까지 700여 건의 서류가 필요하고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 사고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는 이제는 3000여 건의 서류를 제출해야 할 만큼 규제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부터 우리에게 예상되는 어려운 고비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하고 견뎌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가는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기초과학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대처로 자체적인 기술개발과 대외의존을 줄여나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며, 기업들 역시 자신들만의 돈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할 때는 반드시 기술자립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쩜 우리는 이번의 일본과의 사태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비슷한 기술 수준이나 경제 수준을 갖추었을 때 내밀 수 있는 배짱이다. 비굴해지거나 그들의 뜻을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마음으로 그리고 실제로도 칼을 갈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기술적으로도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우리의 부(富)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强)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고 말씀했다. 이번 대일 갈등을 겪으며 분노하고 억울함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면 우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기술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 태극기를 들고 외치는 독립만세보다도 일본이 기술이전을 요구하며 과거사를 반성해 올 때가 진정한 독립일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국가가 든든하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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