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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일 갈등의 문화역사적 대응 방안-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07-14 2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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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일 갈등의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과 배경,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면서 우리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일본 정부는 규제 이유를 전략물자 수출 관리로 인한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을 제안했다. 그러자 일본은 수용 의사를 보이지 않고, 수시로 규제 이유를 바꾸어 말했다. 두 나라의 공방이 쳇바퀴를 돌면서 책임 소재 규명이 멀어진다.

    일본의 주장 근거도 부족하다. 몇몇 사례와 통계조차 억지라는 느낌이 든다. 설사 문제가 있어도 수출 규제는 납득하기 어렵다. 심각한 문제 발생에 대한 시정 요구를 건너뛴 것. 일반적 국제 관행의 무시다. 상대국에 피해를 주려는 악의적 의도를 드러낸다. 상식이나 순리를 벗어난 행동의 연속이다.

    도대체 왜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자유무역을 훼손한다고 비판받을 수출 규제를 무모하게 감행했을까? 일본사회의 문화 연구자들은 의례적 태도인 다테마에(建前)와 내부 사람에게 공개하는 속마음인 혼네(本音)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속마음이 중요하지만 겉모습과 달라서 알기 힘들다. 속마음은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개인 대 기업의 소송을 인정한다. 이런 판례가 일제의 피해국인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일본 기업의 부담 확대 우려가 속마음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일 기업의 출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부담을 크게 줄여준 것. 그러데 일본 측은 양국의 외교적 협의, 양국이 지명하는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에 의한 중재위 구성 등 3단계를 차례로 제안했다. 우리 측이 앞의 두 단계에 응하지 않자 오는 18일까지 마지막 단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한일 정부의 견해차를 좁힐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양측이 서로의 주장만 반복하면서 발생한다. 양측의 제안을 함께 협의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둘째,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21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추진할 정도로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는 속마음이 지적된다. 경제 보복을 통해 일본의 애국심을 자극하여 선거결과를 집권당에 유리하게 가져와 무장 강화와 전쟁 허용을 헌법에 포함시킨다는 논리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은 정당성이 결여됐고, 일본 기업에도 피해를 초래한다. 일본 시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평화를 사랑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한일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 활성화가 평화와 협력을 굳건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일본사회 특성을 연구한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이 위계서열(hierarchy) 전통을 중시해 강자와 약자의 구분 의식이 강하고, 국화가 상징하는 미적 감각을 지니되 칼을 숭상하는 냉혹한 모습의 모순적 존재라고 설명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패전 후 일본의 미래는 세계가 평화주의를 지향할 경우 그에 순응하되, 다시 군국주의가 성행할 경우 아시아와 미국 침략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는 임진왜란과 경술국치, 중국침략,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침략 등에 이은 일본의 패전과 우리의 해방을 통해 경험한 역사적 교훈과 일치한다. 한일의 평화적 관계는 17세기부터 200여 년간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문화를 전수하던 시기에 볼 수 있다. 우리의 우월한 학문과 문화를 일본에 전수하며 평화가 유지된 것. 향후 한일관계 역시 우리의 기술과 문화가 높은 수준에 이르러서 일본을 견인할 때 안정될 것이다. 일본의 잘못을 꾸짖되 우리의 탁월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산업에 위기 경보를 울렸다. 우리 시민은 결연한 애국심과 차분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준다. 대응 방향은? 일본사회의 특성 연구와 역사적 경험이 말해준다. 우리의 학문과 기술, 문화적 수준의 향상과 탁월성 확보다. 한일 갈등의 해결은 우리의 국력에 달려 있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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