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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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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감 글귀- 이상원(창원시 마산합포구청 행정과 주무관)

  • 기사입력 : 2019-07-04 2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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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부근의 교보생명빌딩 외부 벽면에 내걸린 광화문글판은 여럿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새로 발표하는 문구마다 주요 언론의 기사거리가 될 정도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했고, 글판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도 한다. 특히 이곳이 상업성 광고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홍보문구도 없는 글판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용케도 버텨냈다.

    광화문글판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시의성과 정감을 갖춘 글귀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7년에는 환경재단에서 선정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글귀로 시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서울시의 꿈 새김판, 부산시의 문화글판 등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를 벤치마킹한 곳들도 덩달아 관심거리다. 창원에서는 창원문화재단이 2017년 성산아트홀, 마산야구장, 안민터널 등 3곳에 시민공감글판을 만든 것이 최초다. 문화재단의 글판은 그해 가을편을 시작으로 계절마다 바뀌고, 글판에 들어갈 문안은 시민 공모를 거쳐 창작문안의 경우에는 일정 상금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산합포구도 지난달부터 구청 건물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과 지역 5곳의 현수막 게시대에 구민공감글귀를 내걸기 시작했다. 첫 글귀는 마산문인협회 임창연 시인의 시 ‘등대’의 한구절인 ‘아무리 어두워도 그대만 바라보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로, 구민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선정됐다. 앞으로 구는 분기별로 그때 그때의 사회 분위기에 맞는 공감글귀를 선정해 게시할 계획으로 있다.

    마산합포구가 공감글귀를 진행하는 목적은 앞에 언급한 사례들과도 같다. 굳이 다른 점을 들자면 유명 문학인들의 작품에서 글귀를 찾지 않고 지역 문인의 주옥같은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것에 있다. 구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 문인의 작품도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가 되는 것이다.

    가끔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나붙은 벽지에 쓰인 문장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남들은 관심 없는 글귀가 한참동안이나 머릿속을 맴돌 때도 있다. 행정기관의 역할은 과거의 단순 민원처리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나아가 시민들의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는 역할도 요구되는 추세다. 마산합포구가 구민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한다.

    이상원(창원시 마산합포구청 행정과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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