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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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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전남 목포

근대,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이다

  • 기사입력 : 2019-07-03 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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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산책 나오듯 나선 거리. 가방 하나에 온갖 잡동사니를 가득 넣고 발걸음을 옮긴다. 인도 옆 가게의 열린 문에서 나온 서늘한 바람이 반가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는 여름날이다. 어색한 숙소를 나서 첨 보는 풍경을 지나선 버스정류장. 시내로 나서는 대학생 몇과 요란한 손풍기 소리.

    낯선 버스를 타고 스치는 산과 들이 멀어지다 내린 목포역. 고만고만한 상가들과 도로. 그 위를 바삐 뛰어가는 차와 사람. 여느 도심과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을 스쳐 골목으로 들어간다. 목포역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주변은 구도심이다.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중심지로 오래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낯익은 적산가옥에서 서양식 건축물, 일본식 사찰 등. 그 외에도 시간이 빼곡히 쌓인 건물과 거리 곳곳엔 손때가 그득하다. 깨진 창문, 무너진 담장, 텅 빈 건물 등. 한때 영화를 누렸을 건물들이 쇠퇴하고 사라져 가는 모습이 곳곳에 있다. 그 보상작용인지 최근엔 여행객이 늘고 지역민들의 관심으로 새로운 활기를 띠고, 고쳐지는 건물도 있다. 대부분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지만.

    내키는 대로 걷던 길을 돌려 첫 목적지.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된 일본인 거주 구역의 상단.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이 보인다. 구 목포영사관. 1900년에 건립돼 일본영사관, 목포부 청사, 시립도서관을 거쳐 현재는 목포근대역사관 본관으로 사용한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본관으로 오르는 길목.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목포의 소녀상은 영사관과 일직선으로 앉아 구시가지를, 더 나아가 남쪽 바다를 바라본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구 목포일본영사관. 근대역사관으로 일제강점기 역사와 당시 상처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구 목포일본영사관. 근대역사관으로 일제강점기 역사와 당시 상처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역사관으로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당시의 상처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당시의 생활용품에서 관련 서적, 사진 등이 있다. 내부의 전시물들도 훌륭하지만 건물 옆 나무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지다. 뒤의 유달산과 앞의 바다 그 사이에 펼쳐진 격자무늬의 건물과 도로들.

    내려와 큰길을 따라 걸으면 사방이 적산가옥으로 이어진 거리다. 사거리가 나오고 좌측에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 나온다. 회백색의 차가운 건물,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일제강점기 토지 수탈의 상징으로 특히 목포지점은 다른 지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후 역사적인 교육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현재의 목포근대역사관 별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역사관으로 당시의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1, 2층의 사진들이 놓여있다. 특히 2층의 사진들 중에는 민간인 학살 등과 같은 일제 군인들의 만행을 기록한 사진들이 적나라하게 있다. 2층 내부 금고로 활용되던 공간에 별도로 주의와 함께 놓인 공간은 먹먹함이 밀려든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별관을 뒤로하고 대각선에 있는 적산가옥 카페에 들어간다. 오래된 소품들과 목조건물의 은은함이 어우러져 평화롭다.


    적산가옥.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예스러운 풍경이 인상적이다.
    적산가옥.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예스러운 풍경이 인상적이다.
    적산가옥.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예스러운 풍경이 인상적이다.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는 오래된 선풍기와 에어컨, 커피, 음악소리. 나무창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과 하늘이 조금 전의 사진과 대비된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공기가 맞닿은 것처럼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이 흘러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기 좋은 곳에서 시간을 흘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청명한 하늘에 구름과 지붕을 맞추는 집들에 카메라와 발만 분주히 움직인다. 사진 찍기 좋은 날은 사람이 고생하는 날이란 건지.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보니 더위에 지쳐가는 시간. 목포여객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갓바위로 이동하자.

    유달산에 오르는 걸 목표로 했으나 이 상태에서 등산까지 하면 기절이다. 하루로 끝날 일정도 아니니 여유를 가진다. 시원한 택시는 달려 바닷가, 해양유물전시관, 자연사 박물관을 지나 달맞이 공원. 푸드 트럭이 늘어선 주차장에서 햄버거 하나를 들고 갓바위로 향한다. 잔잔한 바다 위를 걸어 갓바위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 산책로를 따라가면 지나온 박물관 등으로 갈 수 있다. 선선한 날이라면 여유롭게 걷기 좋은 길.

    사진 몇 장만 간단히 남기고 다시 달맞이 공원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평화광장과 춤추는 바다분수. 바다 위 분수를 볼 수 있도록 계단이 무수히 나있고 그 위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마침 마라톤 대회까지 진행이 되어서 더욱 인산인해. 불과 몇 시간 전의 구시가지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 생기가 가득한 공원을 걸으며 바다분수 쇼를 기다린다.


    목포의 바다.
    목포 바다(위) 와 평화광장의 음악분수.
    목포 평화광장의 음악분수.

    해의 꼬리가 사라질 무렵. 화려한 조명과 함께 바다 위에 수직의 물줄기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선선히 불기 시작한 바람과 대화소리, 음악소리에 한여름 밤이 지나간다.

    메인이미지

    △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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