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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방자치단체장, 인권 감수성이 중요하다-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9-06-30 2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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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최고 지도자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목표 지향성, 사람들간의 영향력, 상호교류, 힘, 자발성, 영향력 행사 과정 등과 관련된다. 이에 지도자의 사람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권의식은 정책 수립의 근본 방향과 관련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는 다름이 존중되는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의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민자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지만 지역을 이끌어 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이주민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권의식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전라북도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문화가족을 위한 행사장에 참석하여 다문화가족 자녀를 가리켜 ‘튀기’라고 지칭하고, ‘잡종강세’라고 말한데 이어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잘못 키우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인권 감수성과 인권의식이 결여된 표현”이고,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며,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차별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A시장에게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는 인식을 갖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사안을 접한 전주시에 사는 다문화가족은 청와대에 ‘다문화와 인권’이라는 내용으로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며, 전국의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을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A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A시장이 소속된 정당에도 항의 방문을 하여 인권의식에 대한 문제 제기 및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경남에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사례가 있다. 지난 연말에 이주여성이 남편에 의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사건이 있었다. 타 지역에서 이주해 온 지 1주일 만에 발생한 사건이고, 잦은 이사로 인해 친구도 없었으며 친정과의 연락도 힘들어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장례절차를 지원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주여성은 필리핀 출신이고 종교적인 이유로 화장을 하지 않고 모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장례식장 비용을 비롯하여 필리핀까지 송환하는 절차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경남에는 이주여성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현장을 방문한 도의회 의장과 도의원이 있었으며, 사건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한 그 지역의 시장이 있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방문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사건 이후 매일 방문을 하시고 장례절차와 관련하여 지자체에서 도울 일을 찾으신다고 전해 들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이주여성의 유골송환은 무사히 이루어졌다. 이에 이주여성의 친정가족들은 비록 시신으로 돌아갔지만 장례를 치르면서 진정성을 보였던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도 전해왔다고 한다.

    이상의 두 사례를 보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지도자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다른 지도자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 도움을 주어 사회구성원을 감싸 안았다.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사회적 지도자들이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 한부모, 장애인, 이주민 등을 바라보는 관점에 왜곡된 시선이 있거나 자신의 주관이 반영된 편견이 더해진다면 어느 누구도 행복한 지역민이 될 수 없다. 인권의 황금률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자방자치단체장의 성인지 감수성과 다문화 감수성을 포함한 인권 감수성을 각자 점검해 보기를 권해 본다.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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