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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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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자세상] 도심 생태하천의 ‘검은 속내’

깨끗해보이던 창원 회원천·교방천
수질 나쁨 등급에 쓰레기도 많아
오수 흘러나오고 모기 유충 번식도

  • 기사입력 : 2019-06-05 0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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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적한 평일 오후, 회원천과 교방천의 합류점에서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자: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학생: 우리는 마산용마고등학교 환경동아리 그린어스의 부원들이다.

    기자: 무엇을 하고 있나?

    학생: 회원천과 교방천의 수질을 측정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기자: 왜 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학생: 등하굣길에 하천 옆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항상 악취가 났다. 깨끗해 보이는 하천에서 왜 악취가 나는지 궁금해 이런 활동을 하게 됐다.

    기자: 수질 측정 결과는 어떠한가?

    학생: 수질을 나타내는 지표 중 ‘물에 용해되어 있는 산소량(용존 산소량)’과 ‘부유물질의 함유량(전기 전도도)’이라는 지표가 있다. 측정된 수치에 따르면 교방천과 회원천의 수질은 나쁨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천 속에 버려진 쓰레기의 양도 상당하다.

    기자: 추후 계획은?

    학생: 수질이 왜 이렇게 나쁜지 원인을 알아보고, 쓰레기 수거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 실천해보려 한다.

    회원천과 교방천의 합류점(사진 위)과 수질 측정 중인 학생들.
    회원천과 교방천의 합류점(사진 위)과 수질 측정 중인 학생들.

    창원시에는 도심과 공단지역을 관류하는 창원천과 남천 그리고 도심 속에 실핏줄처럼 얽혀 있는 크고 작은 지류 하천들이 흐르고 있다. 이 하천들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놀았을 정도로 맑은 물이 흘렀다. 하지만 19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경제논리와 이용의 편의성만을 강조해 무분별한 복개가 이뤄지고 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설치되면서 수질이 급격히 오염되고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회원천과 교방천은 무학산에서 시작해 교방동과 산호동을 흘러 마산만으로 흘러나가는 하천이다. 회원천은 산책로 조성과 재해 예방에 목적을 두고 정비했으며, 교방천은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것으로 목적으로 두고 정비했다. 이미 정비가 끝난 하천의 물이 왜 이렇게 더러운 것일까?

    2017년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하천에 우수관을 통해 생활오수가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우수관으로 빗물만, 오수관으로 생활오수만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우수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기자는 맑은 날씨에 회원천과 교방천을 둘러봤다. 하천 양쪽의 우수관에서 회색빛의 오수가 흘러나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천 바닥에는 녹색 조류가 무성하고, 거품이 떠다녔다. 실지렁이와 모기 유충이 번식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시민단체는 우수관으로 오수가 들어간 구조적 원인으로 오수·우수관 미분리, 관로의 잘못된 연결 및 파손 등을 꼽았다. 실제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하수과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교방천과 회원천 일대는 오수관과 우수관이 노후화되어 파손돼 있을 확률이 매우 크지만 기존 주택가 아래에 설치돼 있어 전부 걷어내고 새롭게 설치하기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창원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천 바닥에 돌을 깔고 하천 주변에 데크로드,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은 가시적인 하천 조성에만 집중한 것으로 진정한 생태하천이라 볼 수 없다. 물 속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의 양이 상당하다는 것으로 보아 환경 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김준석 환경기자 (마산용마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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