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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미술품경매시장

  • 기사입력 : 2019-06-05 08: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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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3일 창원예총이 마련한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105인 원탁토론회’에서 ‘예산이 부족하다’,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청년작가들이 설 곳이 없다’라는 등의 의견들이 표출될 때, “작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어느 미술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창작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창작작품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소비, 유통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작품이 소비, 유통되면 창작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며 “창작은 쏟아지고 있는데 소비, 유통이 안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미술가는 “문화예술 시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면 훌륭한 예술인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은 이 같은 문제를 풀어 보기 위해 시작됐다. 2009년 닻을 올린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은 올해로 11번째 행사를 치렀다.

    미술품경매시장은 지역 미술 활성화와 순수예술의 대중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오픈마켓으로 출발했다.

    다시 말해, 지역 작가의 미술품을 보다 가깝게 접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위해 마련됐다. 경남미술협회 관계자는 “이 행사는 작품에 대한 많은 금액을 받기보다는 지역민의 문화향유 차원에서 해오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남미술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 투자가치가 각광받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올해 경매시장을 아트테크전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함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민의 관심은 도내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10년이 넘게 개최해 온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이 성과와 과제, 방향을 짚어 본다.

    ▲경남미술경매시장-2019 아트테크전

    경남미술경매시장을 올해 ‘아트테크(아트+재테크)’전으로 이름 붙인 것은 미술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 그리고 미술산업으로 도약시키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높아지고 있는 도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과 요구에 따라 미술품을 많이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응답하자는 목적도 있다.

    천원식 경남미술협회 회장은 “최근 미술품이 현대의 새로운 가치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 행사를 통해 경남미술인들의 다양하고 우수한 작품을 도민들이 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아울러 지역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미술품 대중화와 함께 작가들에게는 확대 재생산의 기회와 도민들에게는 미술품 소장의 즐거움을 주는 아트마켓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 대도시 중심의 미술시장을 경남지역에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유능한 작가 발굴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의 시장성을 확대해 경남미술인들의 창작 여건 개선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계기 마련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출품작 300여점…10년 전보다 3배가량 늘어= 올해 6일간 진행한 2019 아트테크전 제11회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은 일반전시와 특별전시로 구성됐다. 총 300점 이상을 출품해 사전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선택의 기회를 넓혔다.

    본전시에 한국화, 서양화, 공예, 서예, 문인화, 서각 등 150여명의 작가들이 150여점을 출품했고, 소품특별전에는 회화와 도자기 등 1인당 1~2점을 제출해 모두 120여점이 나왔다. 또 도민소장품특별전에는 도내외 작고작가 위주로 50여점이 걸렸다.

    소품특별전은 한 작품당 균일가 28만원을 적용해 즉석 경매로 진행했다. 소품특별전은 미술품이 고가(高價)라는 인식 변화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정 또는 사무실 등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은 현장 경매를 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경매기간 동안 투찰을 받아 일괄 개함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는 작품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히 감상한 후 가장 적확한 작품을 구입하라는 의미도 있고, 현장경매에서 작가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미도 있다.

    올해 출품작들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규모이다.

    경남미술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더 많은 출품을 하고 싶은 작가들이 많지만 공간이 한정돼 있어 지역별로 출품작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와 과제, 향후 보완점= 올해 경남미술품경매시장에서는 본전시 13점, 소품특별전 31점, 도민소장품특별전 10점 등 모두 54점이 낙찰됐다. 예년에 비교할 때 판매 작품수가 다소 줄었다. 전년보다 나은 성과를 목표로 전념하고 있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찮다. 경기 불황에 따라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든 탓이 컸다.

    천원식 회장은 “기업 참여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컬렉터는 기업인들이 많은데 경기 침체로 힘들다 보니까 매년 참여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정 사무국장은 “경기가 어렵지만 기업들은 복지자금으로 작품 구입 여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또한 너무 아는 작가 위주로 작품을 구입하는 문제점도 있다”고 했다.

    아트테크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완할 점으로는 △작품 가격을 좀 더 낮춰 일반인에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경매전이라 할지라도 출품작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대여료를 지급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미술품 홍보·구입하는 등 지역 미술 발전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등이 지적되고 있다. 천 회장은 “여러 보완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경남도와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을=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을 양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질적인 향상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부 미술가에 따르면 경매전은 무엇보다도 경매물품의 희소성, 가치성, 그리고 호환성이 전제되거나 경매물품의 독립적 특이성이 담보된 경우에 일반의 호기심과 동기유발이 있게 되고 경매 참여로 이어진다.

    도내 한 미술가는 “11회의 경매전인데도 낙찰률은 저조하다는 것은 전반적 경기 침체의 문제가 큰 원인이라는 것은 틀림없으나 경매 미술품의 질적 향상에 있어서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일이다”며 “일반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 만한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수준이 담보된 경매전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남미술협회와 참여 작가의 내적 성찰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천 회장은 “안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퀄리티 높은 작가들이 출품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후원은 기업 가치 제고= 이번 행사를 통해 불황이 겹칠수록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의 ‘도덕적 투자론’도 재고 되고 있다.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은 “지역 기업의 참여에 대한 예술가들의 희망과 아쉬움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면서 “그러나 기업은 경기상황에 민감한 만큼, 경기위축은 모든 사회적 후원금의 위축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 수준이 결국 생산성과 그 구조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은 누누이 증명된 일이기 때문이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기술력의 발전과 기업의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 서부 라크마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에 장기 후원 계약을 맺어 10년 동안 각기 100억원이라는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바로 기업의 이러한 문화마인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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