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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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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선불교와 스티브 잡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19-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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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열풍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성장일변도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대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융합적 지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열심히 노력하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성공신화는 찾을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독특한 생각과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 설 것이다.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한다. 우리시대 인문학을 유행시킨 주인공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문화가 절정이던 시절을 지냈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저항하고 개인적 가치와 성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경험이 선(禪)불교였다. 선불교는 직관적인 깨달음을 추구하고 존재 자체에 대한 탐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의 스타일과 잘 맞았다.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선불교 책을 섭렵했다. 탐독은 물론 참선과 수행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선을 만났다. 직관과 통찰력을 중요시하는 스티브 잡스의 내면은 풍성해졌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그가 선불교 책들을 탐독하지 않았다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인물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인공지능의 힘이 강해지는 시대다. 이제 기계를 만들거나 조작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제품에 어떤 기능을 담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과거의 인문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식에 집착해왔다. 이런 지식에 대한 집착이 인문학의 위기를 불러왔고 이제 새롭게 세상이 인문학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인문학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일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예전의 모습을 답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직관과 통찰보다 단답식 문제풀이에 익숙하다. 이제 인문학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지식에서 지혜로, 이해력에서 통찰력으로, 과학에서 융합으로, 생존에서 공존으로.

    안상헌 (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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