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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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와 뜬구름 그리고 클라우드-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9-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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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한 고승이 깊은 명상에 잠기자 환영들이 구름처럼 뭉글뭉글 떠오른다. 지팡이로 물줄기를 거스르며 만나러 오는 벗의 모습이 보인다. 명상에서 깬 스님은 동자를 불러 어서 모셔 오라 한다. 마중을 나간 동자가 놀란다. 스님 말씀 그대로 벗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린 동자는 상상조차 못할 상황에 큰스님을 바라보며 깊은 존경에 빠진다. 바로 사명대사의 일화이다.

    이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구성해보자. 아침에 막 눈뜬 사명대사는 휴대폰을 펼쳐 들며 외친다. “벗이 오겠다는 문자가 와있어!” 대사는 바로 영상통화를 누른다. 벗이 오는 모습을 보며 “자네, 여전하시구먼”이라고 외친다. 이내 동자더러 모셔오라 한다. 대사 말씀대로 서서히 나타나는 그분을 보자, 동자는 놀라고 만다. 아직 휴대폰이 없는 동자는 대사의 초능력에 감탄하며 깊은 존경에 빠진다.

    오래전에는 과학기술 자체가 없어 많은 것들을 경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사명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보, 전화 등으로 시작한 전기통신에 4G를 거쳐 5G 초고속통신까지 발전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초연결’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컴퓨터의 전용서버에서만 자료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여러 장소에서 동일한 구름을 관찰할 수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를 불러올 수 있는 시대가 펼쳐졌다. 굳이 자료가 구축된 곳을 알 필요가 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며, 뜬구름 같은 무형의 형태라 ‘클라우드(구름)’라 부르고 있다.

    현재 창원은 침체된 지역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기계공업단지의 기존 인프라를 더욱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 팩토리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똑똑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기계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람 중심의 경제로 가야하며, 이것이 전면적인 기술 재무장 곧 리스킬링(reskilling) 혁명이다’라는 칼럼을 읽었다. 똑똑해진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계를 ‘잘’ 다룰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창원경제 살리기의 참 해법이 아닐까 싶다.

    창원경제의 번창을 꿈꾸며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 5G로 무장한 초고속 통신시스템, 곧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 보자. 많은 커피숍, 공공장소에 머물며 창업을 꿈꾸는 창원 미래의 주역들이 그 클라우드로 구름같이 모여들 것이다. 이 ‘뜬구름’ 같은 플랫폼에 그들만의 다양한 꿈과 상상들이 펼쳐질 수 있게만 해주면, 헛된 망상은 곧 사명대사의 ‘명상’이 되고, 플랫폼을 오가는 열차들처럼 많은 신사업들이 그 클라우드에 도착하고 또 떠날 것이다.

    어떤 이는 기계공업단지에 적합한 상상을, 또 어떤 이는 전기기술에 대한 상상을 펼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의 상상을 홍수처럼 풀어나갈 것이다. 지켜보는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클라우드 안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장애물만 제거해 주면 된다. 그들만의 융·복합을 거쳐 고유의 플랫폼이 하나하나씩 형성되어 나갈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아는 래리 페이지의 구글, 마윈의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조용히 탄생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던 것은 우리만의 틀에 젊은이들을 구겨 넣어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주역들이 무엇인가를 힘차게 도전하도록, 그들만의 미래를 자유롭게 엮어 가도록 도왔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위기라 느낀다면, 이제는 우리의 아집을 버리고 젊은이들을 위해 새로운 클라우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명대사의 초능력처럼, 조각구름과도 같은 우리 젊은이들의 다양한 상상을 하늘에 띄우게만 해준다면 이내 큰 클라우드로 뭉쳐질 것이다. 그 조각조각 뜬구름을 놓치지 말고 꼭 붙들어 보자. 이제는 말 그대로 ‘뜬구름 잡는 소리’가 현실로 펼쳐지는 시대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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