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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84) 제24화 마법의 돌 84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소.”

  • 기사입력 : 2019-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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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은 시마무라를 쳐다보았다. 시마무라는 양복을 입고 있었으나 눈빛이 날카로웠다. 군인 출신이라 체격이 당당해 보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중일전쟁에 참여했으니 수많은 중국인들을 살해했을 것이다.

    “운송사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시마무라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재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쟁 중이라 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마무라와 손을 잡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 중인데 사업이 가능하겠습니까?”

    “전쟁이 격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거요.”

    “저는 경찰에 체포되어 있습니다. 언제 재판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소.”

    “그럼 주주로서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재영은 시마무라와 약속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고 싶지 않았다.

    “알겠소.”

    시마무라는 전국을 무대로 자동차운송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영에게는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의 운송을 총괄하라고 했다.

    ‘이 사업이 가능한 것인가?’

    이재영은 사업을 계속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전쟁을 최우선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이재영을 면회한 시마무라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돌아가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이재영은 석방되었다. 그러나 시마무라와의 사업은 할 수 없었다. 새로운 사업은 추진조차 어려웠다. 모든 사업이 군수물자 생산을 최우선으로 했고 전쟁이 더욱 격화되어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던 사업마저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었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가게가 문을 닫았다. 배급제가 실시되어 물건을 사고팔 수 없었다. 술도 사기 어렵고 쌀도 사기 어려웠다. 일본인들은 패전할 리가 없다면서도 얼굴에 불안한 그림자가 덮여 오기 시작했다.

    “전쟁이 언제 끝나요?”

    류순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이재영에게 물었다. 조선인들이 모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재영네도 살림을 간소하게 줄여야 했다.

    “나도 모르겠소. 유럽도 전쟁이 한창인 것 같소. 일본에서 오는 잡지는 뭐라고 나와 있소?”

    류순영은 여전히 일본 잡지를 읽고 있었다. 늦가을이다. 썰렁한 가에게 앉아 있는데 찬바람이 거리를 쓸고 지나갔다. 이재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류순영은 유자차를 마셨다. 이재영은 커피가 귀해져 하루에 두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옥쇄해야 한대요.”

    “옥쇄?”

    “천황폐하를 위해 모두 죽어야 한대요.”

    이재영은 어이가 없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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