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7월 20일 (토)
전체메뉴

[디지털라이프] 언택트 소비문화

나 혼자 산다(buy)
손 대면 다 돼 '비대면 생활'
터치로 다 돼 '터치 없는 삶'

  • 기사입력 : 2019-05-14 22:00:00
  •   

  • #대학생 이모(24·남)씨는 영화관을 가면 주로 무인발권기에서 영화표를 뽑는다. 무인발권기가 여러 대여서 대기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이씨는 “직원이 ‘어느 좌석으로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빨리 답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뒤에서 누군가 기다리면 더 그렇다. 충분히 고민하고 자리를 고르기 어렵다”며 “기계로 표를 뽑을 땐 그런 부담감이 덜해 무척 편하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

    #취업준비생 박모(29·남)씨도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주문기를 이용한다. 박씨는 “직원들이 친절하긴 하지만, 메뉴를 고를 때 추가한 것을 중간에 다시 빼겠다고 말하는 게 불편하다. 빨리 주문하고 비켜줘야 할 것 같아 그냥 먹은 적도 있다”며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기계로 주문한다. 메뉴도 종류별로 한눈에 보이고,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얼마든지 수정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8·여)씨는 화장품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찾으시는 물건 있으면 말씀해달라’며 다가오는 점원이 부담스럽다. 박씨는 “사고 싶은 제품이 있어 매장을 찾기도 하지만, 여러 제품도 충분히 둘러보며 쇼핑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무엇보다 점원이 다가오는 순간이 부담된다. 서울에는 무인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는데 도내에도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굳이 만나지 않아도 소비가 가능한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 기술이 대중화되고 있다. 기차역,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 우리 주변에서 점원이 있어야 할 자리를 스크린 터치 방식의 키오스크(Kiosk·무인정보단말기)가 대신하는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키오스크 도입 초반에 기계 이용을 도와주던 사람들의 모습도 점차 사라지는 등 이젠 상당수 소비자들도 이러한 변화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10월 발간한 저서 ‘트렌트 코리아 2018’에서 ‘언택트(Untact)’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기도 했다. 언택트는 사람과의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를 지운다는 의미에서,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언(Un-)’을 붙인 조합어이다.

    김 교수는 해당 저서에서 “현대사회의 소비 방식이 날이 갈수록 조용해지고 있다. 정보로 무장하고 온라인으로 상호 연결된 현대인들은 더 이상 소비에서 서비스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필수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인 편의점·무인 마트·무인 주문시스템 등의 무인 서비스들이 부상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제 소비자들이 언택트 기술에 익숙해지고, 나아가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동화 등에 따른 경비 절감·가격 인하 등 경제적 동기에 가려져 있던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오프라인으로 전국의 성인(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9%가 ‘매장 직원이 말을 거는 곳보다는 혼자 조용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 79.4%는 ‘쇼핑활동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직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80.6%는 ‘그냥 매장을 둘러보고 있거나 구매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이 말을 걸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IT(정보통신기술) 업계 종사자 1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키오스크가 더 편리한 이유로 응답자의 87%(복수응답)가 ‘대기시간이 짧아서’, 60%가 ‘처리시간이 짧아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비대면 서비스에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는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는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99년 100억원대였던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가 2017년에는 2500억원 상당으로 2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업체와 기기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키오스크 한 달 대여료는 20만원정도로 하루 8시간(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 기준) 일하는 직원의 3일치 임금에 불과해 업주 입장에서 키오스크 도입을 고려할 이점이 생긴 셈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음식료 프렌차이즈 업계, 그리고 숙박업소에서 발빠르게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언택트 기술 도입에 앞장서는 분야는 어디일까? 무인화 시스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곳은 유통 업계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에 무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마존 직원들만 이용하는 시범 매장이었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계산대와 계산원을 없앰으로써 고객은 매장 입장 시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고 사고 싶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나가기만 하면 돼 편의성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보통 80~90명의 직원이 필요한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아마존 고에서는 재고 관리를 하는 직원 3~10명만 있으면 돼 기업 차원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무인 편의점 매장이 하나둘 시도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자리한 첨단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핸드페이, 360도 자동 스캔 무인 계산대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CU, 이마트24, GS25도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점포를 선보이며 무인 편의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편리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무인 택배함도 도입되고 있다. GS25 편의점 앞에 설치된 무인 택배함인 ‘스마일 박스’는 2016년 첫선을 보인 뒤 매달 이용자가 2배씩 증가할 정도다. CU편의점과 11번가도 ‘십일픽’ 무인 택배함으로 교환·환불·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택배기사와 고객이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언택트 배송’이 확산하는 추세다. 배달앱이나 인터넷 쇼핑몰도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면이 없다는 측면에서 언택트 소비문화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메인이미지

    그렇지만 언택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을 대신한 기계로 인해 빚어질 일자리 감소와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언택트 디바이드는 언택트 기술이 늘어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에서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김상덕 경남대 경영학부 교수(마케팅·유통 전공)는 “개인 중심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사회적 현상과 기업의 비용절감이 매칭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직원들이 ‘무엇이 좋다’는 안내가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간섭’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없어서 판매원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기술문화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의 소외현상은 해소되기보다는 이후 (언택트) 소비 시장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올드패션 시장으로 분리될 것으로 본다. 실제 일본과 미국에서는 노인들을 겨냥한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안대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