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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전통 고택은 건강을 품고 있다

  • 기사입력 : 2019-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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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천시 임고면에 매산(梅山) 고택이 있다. 조선 영조 3년(1727) 문과 급제한 후 사간원(언론담당기관) 정언, 사헌부(감찰행정기관) 지평을 거쳐 형조참의에 이른 매산 정중기(鄭重器·1685~1757) 선생 고택으로 선생이 짓기 시작해 그의 둘째 아들인 일찬이 완공한 살림집이다. 본래는 정침 및 사랑채, 대문간, 아랫사랑, 고방(광), 방앗간채, 측간채, 사당, 별묘(別廟·종묘에 들어갈 수 없는 신주를 모시기 위해 따로 지은 사당)가 있었으나 현재는 정침 및 사랑채, 대문간, 사당, 측간채만 남아 있다. 집터는 보현산(普賢山·1126.5m)을 정맥(正脈)으로 한 기룡산(騎龍山·965.5m) 주령(主嶺·연이은 고개 중 가장 높은 고개)이 매화나무 가지처럼 뻗어 내린 곳으로 ‘매화꽃술’에 해당하고, 안산(案山·앞산)은 매화꽃술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의 형상’이다. 집터는 ‘ㄴ’자로 잘린 산진처(山盡處·평지에 닿기 직전 산의 끝부분)이다.

    매산 고택에 대한 필자의 현장 감결 내용을 참고해 고택풍수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면 한다. 백두산에서 출맥(出脈)해 보현산과 기룡산을 거쳐 뻗어 내려온 용맥(龍脈·산줄기)은 양쪽 계곡을 끼고 매산 고택을 향해 나아가 최종 안착했기에 고택의 지기(地氣)는 대단히 양호했다. 심매1리경로당을 지나 고택까지 뻗은 도로는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상인 사행로(蛇行路)여서 고택의 좋은 기운이 마을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 솟을대문은 도로에서 바로 볼 수 없게 해 세찬 바람이 기와담장에 닿아 순한 바람으로 바뀐 후 대문을 통해 들어오게 함으로써 생기(生氣)가 가득한 집이 되도록 했다. 집 뒤쪽은 산줄기 끝부분을 ‘ㄴ’자로 절개한 곳과 주변 지력을 돋우기 위해 대나무를 심었다. 예부터 큰 인물이 난 고택이나 부자 터에는 지력을 높이고 흉풍을 막을 목적으로 집 주변에 대나무를 심었으며, 실제 효험을 보았다. 고택의 터는 측정 결과 지기가 뛰어났지만, 절개한 집 뒤쪽 좌측 모서리 부분에 박혀 있는 날카로운 바위가 살기(殺氣)를 내뿜고 있는 것이 흠이었다. 용맥에 순행해 지은 고택은 나비 형상을 한 안산의 중간지점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좌향(坐向·집이 자리하고 있는 방향)을 적절하게 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 만일 너무 높게 잡았다면 안산이 혈(穴·고택)을 압박했을 것이며 너무 낮게 잡았다면 흉풍과 살기를 고스란히 받게 돼 거주자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매천 고택은 현대 주택에 응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거창군 위천면에는 조선시대 충절의 대명사로 불린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 선생의 종택(宗宅·종가가 대대로 사용하는 집)이 있다. 선생은 대사간, 대제학, 이조참판 등을 역임했으며 숙종 때 충절을 높이 사 영의정에 추증됐다. 솟을대문 위에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문간공동계정온지문(文簡公桐溪鄭蘊之門)’이라 써진 다소 장중함을 느끼게 하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부산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하고 10년 전부터 종택(중요민속자료 제205호)에 거주하는 동계 선생의 15대 종손인 정완수씨는 조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종택을 정갈하게 가꾸며 살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적 계승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굳건하게 하고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주산(뒷산)에서 뻗은 용맥의 중심선상에 안채와 사당이 위치하고 있어 땅심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안산이 너무 멀리 있어 흉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나 솟을대문과 행랑채가 ‘바람길’을 바꾸는 역할을 하므로 솟을대문과 행랑채를 ‘종택의 안산’으로 볼 수 있다. 솟을대문이 안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대문을 항상 닫아둬야 하는데,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는 대문을 열어두었다가 끝나면 닫아두고 평상시에는 쪽문을 설치(현재는 없음)해 출입을 하면 설기(洩氣·생기가 새어나감)가 되지 않아 ‘생기택(生氣宅)’이 된다. 기와담장이 ‘밀폐형 담장’이어서 집안 기운을 흩뜨리지 않으므로 자연히 좋은 기운이 모이는 구조로 돼 있다. 집 뒤에는 대나무를 심어 땅심을 북돋우고 집안으로 치는 흉풍을 막게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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