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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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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9) 제24화 마법의 돌 79

“창씨개명을 안 할 참이오?”

  • 기사입력 : 2019-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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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경찰은 조선인들에게 면회까지 시켜주지 않았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개명한다고 했으니 걱정 마시오. 곧 나올 수 있을 거요. 핫핫핫!”

    후지와라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재영은 그날 저녁 때 석방되었다. 후지와라가 창씨개명을 할 것이라고 보증을 해주었다.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하늘에 볕이 쨍쨍했다.

    “고생 많았어요.”

    집으로 돌아오자 류순영이 위로를 했다. 이재영은 목욕을 하고 쉬었다.

    “감옥이 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소.”

    “그걸 말이라고 해요. 죄 지은 사람만 가는 곳인데….”

    류순영이 눈을 흘겼다. 이재영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후지와라가 사람을 보내 불렀다. 이재영은 그가 기다리는 요정으로 갔다.

    “석방되게 해주어 고맙소.”

    이재영은 후지와라에게 사례했다. 게이샤들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옆에 앉아 술을 따랐다.

    “세상이 어지럽지 않소? 우리 어머니가 이럴 때 인심을 얻어야 한다고 합디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을 텐데 어찌 한 거요?”

    이재영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창씨개명을 안 할 참이오?”

    “하기는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소.”

    이재영도 창씨개명이 대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핍박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후지와라도 술을 마셨다.

    “그렇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오?”

    이재영은 후지와라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바뀌자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줄줄이 끌려갔다. 그들은 온갖 협박을 당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일본군으로 끌려가 남방전선으로 투입되었다.

    남자들 중 장정들은 징용으로 끌려가고 여자들 중 소녀들은 정신대로 끌려갔다. 징용에 끌려간 남자들은 비행장을 건설하고 탄약을 운반했다. 탄광에 끌려가 탄을 캐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신대에 끌려간 소녀들은 공장에서 군복을 만들고 일부는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갔다. 강제로 끌려가는 소녀들이 많았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15, 16세의 소녀들까지 혼인을 했다.

    “순덕이네가 만주로 가겠대요.”

    류순영이 이재영에게 말했다. 순덕이네는 이재영의 논을 소작하는 소작농이었다.

    “만주는 왜?”

    “아들이 징용으로 끌려갈까봐 걱정이 되나 봐요. 딸들은 정신대로 끌려갈지 모르고….”

    조선인들은 징용과 정신대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징용이나 정신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끌려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순덕이네가 돈을 좀 빌려주었으면 해요.”

    만주로 떠나는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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