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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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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일 장애인의 날… 여전히 문턱 높은 공연장 (상)실태

좌석 선택권 없는데다 ‘구석자리’
공연장 대부분 객석 맨 뒤·통로 끝 설치
시야 확보 여부·동행인 동석 보장 안돼

  • 기사입력 : 2019-04-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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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역 장애인들에게 공연장은 여전히 문턱이 높은 곳이다.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공연을 관람하려면 해설 자막 모니터나 음성 해설 이어폰 등 ‘공연 관람 편의기기’가 필요하지만 도내 공연장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또 장애인 배려석이나 점자안내도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예술활동의 차별금지(24조)를 명시했다. 2008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도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근거를 뒀다. 이처럼 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회·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생략돼 유명무실하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도내 장애인들의 공연장 이용 실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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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 선택권 없어= “공연 관람이요? 보러 안가요. 극장 휠체어석은 무대 맨 뒤나 복도 끝 버려진 자리에 있잖아요. 잘 보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랑 부딪힐까 봐 갈 엄두가 안 나요.”

    지체장애인 여충렬(66·창원시 의창구)씨는 장애인에게 공연장은 여전히 장벽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 입구까지 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객석이나 무대에 가기는 난관이 많다”고 덧붙였다.

    도내 주요 공연장 대공연장의 장애인 배려석을 조사한 결과, 경남문화예술회관 1.17%, 성산아트홀 0.59%, 3·15아트센터 1.69%, 김해문화의전당 1.09%, 통영국제음악당 0.46%로 나타났다. ‘노인·장애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명시된 공연시설 전체 좌석 중 1% 이상을 휠체어 좌석으로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에 못 미치거나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 관람석 기준을 공연장 크기와 비율로 따진다는 데 있다.

    여씨는 “아내와 함께 가도 따로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며 “장애인 할인보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내 주요 공연장 내 휠체어 좌석은 객석 맨 뒤나 통로 끝에 설치돼 있어 시야 확보 여부나 비장애 동행인과 동석 보장, 좌석 선택권 보장이 안됐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의 경우 장애인 관람석 분산 배치하도록 해 시야의 각도를 규정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영화관 좌석 관련 소송이 진행돼 장애인에게도 좌석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판결 난 바 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휠체어를 탄 관객이 특정 좌석에서 관람하길 원하는 경우 직원들이 돕고 있지만 좌석이 넓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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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기기 사실상 ‘전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문화활동(중복 선택)으로 조사대상 9만1405명 가운데 6.4%가 ‘문화예술 공연 관람’을 했다고 밝혔고 96%가 ‘집에서 TV 시청’을 꼽았다.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장애인들이 사실상 제대로 문화생활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연 사회복지사는 “시각·청각 장애인들도 오디오 서비스나 수화 통역, 좌석 모니터 등 관람 편의기기를 통해 배우의 대사와 무대 장치, 의상 등을 전달하면 내용을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지만 도내엔 관련 기기를 구비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도내 주요 공연장 가운데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만 해설 자막 모니터가 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의 공연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복수의 공연장 관계자는 “장애인을 위한 관람 편의기기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사실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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