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 제인스빌 이야기- GM공장 사라진 미국 소도시, 그 후 7년의 기록

공장 폐쇄 후 삶 회복하려는 이들의 생존분투기
제조업 도시 일상·노동자 가족들의 삶 등 담아

  • 기사입력 : 2019-04-05 07:00:00
  •   
  • 메인이미지
    지난해 5월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연합뉴스/


    GM 자동차 공장 철수 등 한국 상황을 복제해놓은 것 같은 미국 소도시 제인스빌.

    200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미국 제인스빌의 삶을 지탱해온 GM 자동차 공장이 폐쇄됐다. 대규모 GM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평범한 개인과 지역 사회는 충격에 휩싸인다. 제인스빌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른바 ‘러스트 벨트’ 구역도 아니다. 이전의 국가적인 경기침체에도 제인스빌은 굳건했고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둥지를 트는 곳이었다.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평화로운 중산층 도시 제인스빌은 급속도로 ‘신빈곤층’ 지역으로 뒤바뀌었다.

    퓰리처상 수상자 에이미 골드스타인은 실직을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였기에, GM 공장 폐쇄의 원인과 결과를 기술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공장이 지탱해온 제조업 도시의 일상과 중산층 노동자 가족이 겪는 삶의 총체적 변화상을 정교한 서사로 치밀하게 재현했다.

    저자는 기업, 노동자, 정부 중에서 어느 한쪽을 택해 비난하는 길을 걷지는 않는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언론인으로서 노동자, 취업지원센터장, 은행가, 지역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제인스빌 사람들이 공장 폐쇄 이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7년간 지켜보고 차분히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 책의 중심인물인 GM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 쇠락하는 지역경제에 깔려 신음하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사회복지사, 제인스빌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따라서 모두 “낙관주의의 대사”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인, 제인스빌 출신으로 이곳을 터전 삼아 성장한 공화당 정치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급변하는 제인스빌의 면면을 포착해낸다. 그렇게 완성된 <제인스빌 이야기>는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함으로 경제위기가 뒤흔드는 인간의 삶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제인스빌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발생하는 해고 또는 AI, 스마트 공장화로 벌어지는 일자리 소멸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제인스빌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17년 출간 이후, 군산, 거제 등 제조업 위기와 맞물리면서 경제, 산업계 리더들이 한국의 현실과 겹치는 제인스빌 이야기를 아픈 마음으로 읽고 있다는 근황을 전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대한 경제적 재앙에 대처하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자세, 그것에 작용해 일어난 사회적 반응, 실업에 따른 구체적인 삶의 변화 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제인스빌 이야기는 누군가의 과거이자 미래다.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세종서적 펴냄, 1만8000원

    양영석 기자

    메인이미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